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침체 위기에 대한 세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5년 만에 열리는 (10월) 당 대회도 침체된 중국 증시를 반등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대형은행 씨티그룹은 “중국 국영 부동산 개발사들도 디폴트(파산) 위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수렁에 빠지면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라틴아메리카로 위기가 전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中 경제 곳곳 경고음… “부동산 부실 확산”
19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는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와 부동산 침체로 압박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극단적인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공장 가동도 중단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이라는 성과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3연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경제에 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대회도 중국 증시를 반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정치 이벤트가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오곤 했지만 이번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발표하는 MSCI 세계 주가지수에서도 중국 증권시장 지수는 올 6월 정점을 찍은 후 최근 20% 가량 하락했다. 과거 당 대회 때는 개막 전 한 달간 2% 안팎 수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번 달에만 하락률이 8%였다. 블룸버그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부동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내년 2분기(4~6월)까지 고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 “中 국영기업도 파산 위기”
씨티그룹은 “중국 부동산업 전반에 부실이 퍼져 국가가 지원하는 국영 개발사들도 채무 불이행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1~6월) 중국 내 전체 부동산 대출 중 29.1%가 부실 채권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24.3%)보다 부실 채권 비중이 커졌다. 중국 부동산 기업은 호황기에 앞다퉈 아파트 빌딩을 비롯한 건물을 올렸지만 최근 경기 침체 위기가 도래하며 분양에 실패하자 자금 위기에 몰렸다. 씨티그룹은 “민간 기업(POE) 디폴트 파급효과가 국영 기업(SOE) 자금 조달 어려움과 디폴트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기업에 돈을 빌려준 중국 은행도 부실 대출 위험에 직면했다. 중국 은행 부동산 대출 규모는 53조 위안(1경 564조 원)으로 추산된다.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올 초부터 중국 ‘부동산 대출 상환 거부 운동’ 때문에 최악의 경우 은행이 3500억 달러(487조 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은행은 “중국 은행이 보유한 ‘상환 불가능 채권 비율(NPL)’이 공식 보고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미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부동산 부문 부실 대출 비율이 생각보다 높다고 밝혔다.
●해외 금융 인력 “홍콩 안 돌아간다”
인재 이탈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홍콩시(市) 당국은 해외에서 근무 중인 경제 및 금융 관련 인력을 홍콩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최근 금융사들과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3년간 엄격한 방역조치 이후 홍콩 경제가 초토화되고 인재 이탈이 가속화된 가운데 홍콩시는 글로벌 금융 중심지 위상을 되찾길 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금융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력은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나 해외 근무가 장려되자 해외로 나간 은행원이나 펀드매니저 들이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가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회사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봉쇄 위주 방역 정책, 홍콩 민주화 탄압,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발 위기, 라틴아메리카 전파 가능성
중국 위기는 다른 국가 위기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경제매체 비지니스인사이더는 19일 “중국 성장 둔화가 전 세계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지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 칠레는 총 수출 40%를 중국에 의존한다. 브라질 페루도 각각 수출 30%씩을 중국에 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이 국가들 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되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 국가재정 위기로 도미노처럼 이어지게 된다.
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중국 경제 침체 영향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국가마다 희비가 갈리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BoA는 중국 성장 둔화가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완화에는 도움이 된 반면 라틴아메리카 수출에는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경제 악화 상황이 장기화하면 미국 역시 중국발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BoA는 “중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각종 상품, 재화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공급망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