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게 배울 것”…재건 앞둔 우크라,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 싣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0일 16시 38분


‘1950~1953년 6·25전쟁’ ‘한국 민주화 경험과 경제 기적’

7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토 상당 부분이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고교 정규 교과서에 한국 관련 주제가 실린다. 6·25전쟁 이후 이뤄진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리키는 ‘한강의 기적’이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소개되는 셈이다.

20일(현지 시간)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는 한국 발전상을 교과서에 싣도록 10학년(한국 고교 2학년) ‘세계지리’ 11학년 ‘세계역사’ 교육 과정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최근 공지했다. 내년 9월 가을학기부터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집필된 교과서가 수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존 우크라이나 교과서 가이드라인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관련 내용만 규정했지만 내년 9월부터는 처음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들어간다. 한국 관련 내용 비중도 다른 아시아 3개국과 동일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이번에 변경된 10학년 세계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서울은 싱가포르 홍콩 도쿄 두바이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로 소개된다. 부산은 아시아 최대 항구 중 하나로 지도에 표시된다. 학생은 ‘세계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 ‘수출 지향적 경제 모델’ ‘특화 산업’ ‘우크라이나와의 관계’를 공부하고 평가받는다. 탐구학습 연구 주제로는 ‘한국 경제발전에서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이 제시된다. 11학년 세계역사 가이드라인은 한국 발전상, 민주화 경험, 경제 기적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 싣도록 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은 우크라이나 교과서에 한국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하는 현실을 알고 전쟁 전인 지난해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한국 관련 내용 게재를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도 한국을 배울 필요성에 공감해 교과서 게재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 대사는 “이번 가이드라인 변경은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 일고 있는 한국을 배우려는 움직임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 가이드라인과 무관하게 처음으로 한국 발전 내용을 담은 9학년 지리 교과서가 올해 정식 교재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전쟁에 따른 예산 부족으로 교육 일선에 배포되지 못하고 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이 일부 인쇄비용을 지원했지만 워낙 예산이 부족해 배포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이후 국가 재건 모델로 유럽 선진국과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7월 발표한 재건 계획에는 ‘기업친화적인 제도 개선’ 관련 한국이 주요 사례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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