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고강도 긴축 통화정책에 글로벌 시장의 경기 침체 공포가 더욱 커졌다.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첫날인 20일 뉴욕 3대 증시는 1%대 안팎으로 하락했을 뿐 아니라 달러지수와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의 두려움을 반영했다. 연준의 21일 금리 인상으로 미 기준금리는 중립 금리 수준으로 여겨지던 2.5%를 넘어섰다. 인상 전까지는 2.25∼2.5%였다. 중립 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고물가 지속)이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물가 하락) 없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뜻한다.
연준의 강력한 통화정책에도 공급망 위기에 따른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기가 경착륙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투자사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잡히지 않아 연준의 지속적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근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보다 0.4%포인트 낮춘 1.1%로 전망했다.
○ 블룸버그 “내년 미 기준금리 4.5%”
20일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는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3.99%까지 치솟으며 4.0%에 육박했다. 미 국채 금리가 4%대에 육박한 것은 시장이 연말 기준금리를 4%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내년 상반기(1∼6월) 기준금리 4.5%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의지에 따라 장기 시장 금리를 반영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전날 심리적 마지노선인 3.5%를 돌파했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3.6%도 넘어 2011년 이후 기록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에서도 21일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24%포인트 오른 연 3.84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8월 이후 1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연 3.891%로 0.055%포인트 오르면서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미 국채와 함께 경기 침체 우려 때 몰리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달러도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릴 때마다 급등하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지수)는 올 초만 해도 96 선이었지만 이날 장중 110.38까지 치솟았다.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나 미국 국채로 쏠리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은 올해 들어 27% 하락했다.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 위기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부총재는 “세계 각국의 동시다발적 긴축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제 둔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긴축정책에도 고물가… 경기 경착륙 경고음
연준이 계속해서 금리를 높이고 양적 긴축을 단행해도 미 인플레이션 강세가 계속되면서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뉴욕 증시에서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는 전장 대비 12.35% 급락했다. 11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포드가 이날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에 따른 부품 부족으로 3분기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감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류기업 갭이 이날 사무직 인원의 5%에 해당하는 5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부동산 기업인 컴퍼스도 대대적 감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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