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거침없는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방침에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미래 금리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점도표에 따르면 위원들은 올해 말 4.4%, 내년 4.6%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그는 지난달 잭슨홀 연설 당시의 스탠스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연준이 20, 21일 이틀간 열린 FOMC에서 0.75%퍼센트 올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2.25~2.50%에서 3.0~3.25%로 뛰었다. 미 기준금리 상단 기준으로 보면 한국 기준 금리인 2.50%와 비교해 0.75%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강달러 현상은 더욱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최근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3%로 시장의 예상을 상회해 여전히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일각에선 1%포인트를 높이는 ‘울트라스텝’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대로 0.75%포인트로 안착했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6월 이후 첫 공개되는 점도표였다. FOMC 위원 18명이 각각 올해, 2023년, 2024년 기준금리가 어디쯤 도달할 것인지 점을 찍어 보여주는 도표다. 금리인상을 결정하는 이들의 미래 금리 전망을 볼 수 있어 높은 관심을 받았다. 6월만 해도 FOMC 위원들은 연말 금리를 3.4%로 봤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강세에 9월 점도표에선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 중간 값은 올해 말 4.4%로 6월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이어 내년에는 최대 4.75~5.0%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위원도 6명에 달했다. 내년 금리 중간값은 4.6%였다. 2024년에는 금리를 일부 인하할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3.9%에 도달할 전망이다.
연준이 연말 4.4%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줌에 따라 11월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도 가능성이 높아졌다. 11, 12월 두 차례 남은 FOMC에서 최대 1.25%포인트를 올려야 4.25~4.5%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준이 미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로 대폭 하향조정하면서도 금리 전망을 높게 한 것으로 미뤄보아 경기침체 우려에도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고통없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예상보다 높은 연준의 금리 인상 로드맵에 FOMC 발표 직후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4.11%를 찍고, 뉴욕 3대 증시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4%를 넘은 것은 미국 금융위기(2008년) 직전인 2007년 이후 15년 만이다.
미국이 올해만 네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10월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미국 잭슨홀 회의에서 로이터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미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이 미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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