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뒤 러시아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13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이 같은 시위가 얼마나 확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립적인 모니터링 그룹 OVD-info,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 38개 도시에서 1300명 이상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에서 최소 502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24명이 체포됐다.
외신들이 공유한 영상에선 시위대가 평화롭게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는 영상들엔 경찰이 공공장소에서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구타하고 체포하는 모습도 담겼다고 전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푸틴은 러시아의 적”이라고 외쳤다.
러시아 청년 민주화 운동 ‘베스나’(vesna)는 푸틴 대통령의 발표 몇 시간 만에 러시아 군과 예비군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를 거부할 것을 호소하며 전국적인 동원령 반대 시위를 촉구했다. 베스나는 현지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러시아 전역 도시와 마을에서 동원 반대 시위를 벌일 것을 독려했다.
주최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는 부대와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이 ‘특수작전’ 참여를 거부하거나 가능한 빨리 항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을 위해 죽을 필요는 없다. 당신은 러시아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며 “당국에게 당신은 아무 의미도, 목적도 없는 총알받이(cannon fodder)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위가 예상되는 도시의 광장들을 나열하면서 “당신의 도시가 목록에 없으면 중앙 광장으로 가라”며 시위 중 안전 지침과 체포된 경우 대응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웹사이트에는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는 군인들을 위한 핫라인도 게시됐다.
이 즈음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러시아 일부 도시에서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이며, 이 중 일부가 체포됐다. 한 여성은 ‘동원 거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WSJ 기자는 러시아 서남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현지 영상도 공유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30만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발표했다. 총동원할 수 있는 인력의 약 1%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예비군 대상이다. 대학생들은 이번 동원령에서 제외했다.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거의 모든 ‘편도’ 항공편이 매진됐다.
CNN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편도 직항편은 최소 오는 23일까지 모두 매진됐고 티켓 가격은 2~3배 인상됐다고 전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러시아인들 사이에 “러시아를 떠나다”는 단어에 대한 검색이 급격히 증가했다.
러시아 두마(하원)은 푸틴 대통령 발표 전 탈영, 도피 등 병역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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