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제 77차 유엔총회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하고 러시아를 전쟁범죄로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 명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지 약 15시간 만에 이날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사전에 녹화한 영상으로 연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유럽과 세계는 평화를 원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 중 이 전쟁에 만족하는 국가는 단 하나”라며 러시아를 지목했다. 자신이 취임 직후부터 2월까지 러시아와 88차례나 회담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협상을 말할 때는 자신들의 후퇴를 늦추고 싶을 때 뿐”이라며 러시아가 진지하게 전쟁을 끝내려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전의 최우선 조건으로 러시아의 범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영국 BBC는 그가 연설 중 ‘처벌’이라는 단어를 15번이나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침략국이 국제기구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선 안 된다. 반드시 격리해서 고립시켜야 한다”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는 전쟁 당사자이면서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이 때문에 2월 안보리에 러시아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 이를 막을 수 있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유엔은 결국 올해 3월 긴급특별총회를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처벌할 특별 재판소 설치와 전쟁 보상금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과 안전 보장 등을 협상 불가능한 종전 조건으로 못 박기도 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에게서 탈환한 북동부 지역 이줌에서 민간인이집단 학살됐다는 의혹을 언급하고 “우리에게 이것은 생명을 위한 전쟁”이라며 국제사회를 향해 군사적·재정적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약 25분간의 화상연설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1분가량 기립박수를 쳤다.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대면 참석해 연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상황을 고려해 유일하게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는 연설 말미에 자신의 화상 참석을 반대한 러시아 등 7개국을 비난하고, 전쟁에 중립적 입장을 지켜온 나라들을 향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발동 직후 이뤄진 독일 매체 ‘빌트’ TV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피바다에서 익사시키려 하지만, 그 피에는 러시아 군의 피도 포함될 것”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러시아의 군 동원령은 러시아 병력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러시아가 사관후보생을 동원한 것을 알고 있다”라며 “아직 전투를 할 수 없는 그 청년들은 교육을 마치지도 못하고 전사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투입하리라 믿지 않는다. 전 세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그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라며 위험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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