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회담-간담 의미 엄밀히 정의된건 아냐”
미일 수차례 비공식 정상 만남 ‘간담’ 표현
만남 거부시 中-北에 잘못된 메시지 전달 우려도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30분간 간담(懇談)을 가졌다고 소개하며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고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필요성을 공유했다고 22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양 정상간의 만남을 ‘간담’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간담은 ‘차분하고 친밀하게 서로 대화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정책 간담회, 전문가 간담회 등에 주로 쓰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회담과 간담의 차이가 엄밀히 정의된 건 아니다”면서도 “단시간 의제를 정하지 않고 접점을 가지려고 한 것이라서 간담으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이 약식회담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마쓰노 장관은 “일본에서 간담, 다치바나시(서서 잠깐 이야기한다는 뜻의 일본어)로 칭하는 것을 한국에서 약식회담으로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미는 다르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징용공(강제 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 해결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정식 회담이 아니라 비공식 간담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비공식 약식회담을 간담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쿼드(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 안보 협력체) 정상회의 직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했을 때나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 회의에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잠깐 만났을 때도 간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9월은 스가 전 총리가 지지율 폭락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발표하며 퇴진이 확실해진 때다.
일본은 이날 유엔총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단시간 만난 것도 ‘간담을 했다’고 밝혔다.
외교에 정통한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30분간 앉아서 대화했는데 풀어사이드(pull aside, 회담장을 잠깐 빠져나와 서서 하는 약식 만남)이라고 소개하기에는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공식 회담보다는 격을 낮추고 풀어사이드보다는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간담이라는 단어를 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 등을 둘러싸고 열린 유엔총회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과 대화를 거부할 경우 중국 북한 등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일본으로서는 회담 개최를 사전에 먼저 공개한 한국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회담장에 나온 모양새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양국 최대 현안 징용공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와 간담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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