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 후폭풍]
러 국민들 “푸틴 위해 죽을순 없다” 동원령 거부 反戰시위
우크라 침공후 첫 대규모 반전 시위, 해외탈출 러시… 러, 항공권 판매 제한
푸틴 최측근 “전략핵무기 쓸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러시아 전역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자해를 해서라도 동원령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국외로 나가는 항공편이 매진되거나 비행기표 가격이 치솟는 등 ‘엑소더스(대탈출)’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선포한 21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 등 38개 지역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시위대는 “푸틴을 위해 죽을 수 없다”고 외쳤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까지 반전 시위로 체포된 인원은 최소 1323명에 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말 이후 대규모 반전 시위는 처음이다. 반전단체 ‘베스나’는 “동원령은 우리 아버지, 형제, 남편들을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고 들어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국을 떠나려는 러시아 국민이 급증하면서 항공권도 동이 났다. 동원령 선포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등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주변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매진됐다. 급기야 당국은 징집 대상인 18∼65세 남성을 대상으로 한 항공권 판매를 중단시켰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2일 “새로 편입하기로 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등 영토 방어를 위해 전략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러, 동원령 거부 反戰시위
“TV로 보던 전쟁, 안방으로 왔다” 反戰시위 확산… 1300여명 체포 일부 항공권 1250만원까지 올라…당국, 18~65세 남성엔 판매 중단 “핀란드 입국 대기 줄 35km 달해”…푸틴 측근 아들 동원령 거부 ‘공분’
“이제 전쟁이 러시아인들의 안방으로 들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선포에 러시아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을 두고 러시아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21일(현지 시간) AP통신에 “최근까지만 해도 소파에 앉아 TV로 전쟁을 접했던 러시아인들에게 동원령은 큰 충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여성 아나스타시야(36)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이 나와도 관계된 것임을 마침내 깨달았다”며 “사람들은 아직도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 “푸틴을 전쟁터로 보내라” 대규모 시위
21일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 이후 반전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체포된 시위대 1300여 명 중 최소 502명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254명은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행됐다. 모스크바 검찰은 “불법 시위에 참가할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지만 이들의 시위 참여를 막지 못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푸틴을 참호로 보내라” “포탄의 먹이가 되지 않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이들을 거칠게 연행하는 러시아 경찰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모스크바의 한 거리에서는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성을 들고 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시위대를 공격해 사망하게 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엑소더스’에 항공권 1200만 원까지 치솟아
동원령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려는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교통 시스템도 마비됐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유럽연합(EU) 국가 5개국 중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의 입국을 불허한 상태여서 차량이나 철도가 아닌 해외로 가는 항공편을 구하려는 러시아인들이 몰렸다. EU 국가 중 러시아 입국을 허용하는 핀란드-러시아 국경 지역에는 한때 러시아인이 몰려 대기 줄이 35km에 달한다는 글과 동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마티 피케니티 핀란드 국경수비대 내무부 부장은 트위터에 “핀란드-러시아 국경 사이 교통량이 급증해 22일 하루 4824명의 러시아인이 핀란드로 입국했다. 지난주 수요일은 3133명이었다”면서도 “통상적인 주말 통행량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트위터에는 조지아-러시아 국경에서도 차량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튀르키예 등 무비자 입국 국가 항공편은 이미 모두 팔렸다. 평소 200만 원 안팎이던 항공권 가격은 700만 원까지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행 편도 티켓 가격은 암시장에서 9000유로(약 1250만 원)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국영 철도 회사 웹사이트 역시 국외로 나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때 마비됐다.
구글 트렌드에는 ‘러시아를 탈출하는 법’ ‘집에서 팔 부러뜨리는 법’ ‘징병 피하는 법’ 등의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다. 러시아 인권단체 변호사 파벨 치코프는 로이터 등 외신에 “21일 하루에만 동원령 관련 문의전화가 6000통 넘게 쏟아졌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이 동원령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페스코프의 아들 니콜라이는 러시아의 한 유튜브 채널 기자가 장난전화를 걸어 “동원령 대상으로 선정됐으니 병무청으로 오라”고 하자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동원 문제를 윗선에서 해결하겠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전략로켓군에서 복무했던 니콜라이는 유력한 동원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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