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발표한 21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목표치인) 물가상승률 2%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단언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로 1.5%포인트나 낮췄다.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올린 5.4%로 제시했다.
연준이 지금까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금리 인상을 계속하면서 경기 침체에 준하는 경착륙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내년 美 기준금리 5%까지 오를 수도”
FOMC 참석자 18명은 이날 결정 뒤 각자 생각하는 미래 금리 예상치를 찍었다. ‘점도표’다. 3번째 자이언트스텝을 기정사실화했던 시장은 분기마다 공개되는 ‘점도표’에 주목했다. 결과는 시장 예측보다 매파적이었다. 점도표 중간값은 올해 말 4.4%, 내년 4.6%, 내후년 3.9%를 가리켰다. 이는 6월 FOMC 참석자들이 내놓은 전망에 비해 각각 1%포인트, 0.7%포인트, 0.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특히 참석자의 3분의 2가 올해 말 금리가 최소 4% 이상 돼야 한다고 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4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다. 올해 말까지 연준이 예측한 금리 중간값인 4.4%에 도달하려면 1.2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올해 말 금리 4.4%에 도달하려면 1.25%포인트를 인상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1, 12월 2차례 FOMC 회의가 남은 만큼 최소한 한 번은 0.75%포인트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올해 1.0%포인트만 올려야 한다는 참석자도 있으므로 11월에 가봐야 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또다시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68.5%로 나타났다. 내년 연준 점도표의 중간값은 4.6%였지만 4.75∼5.0% 수준으로 전망한 참석자도 6명에 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이 올해 추가 1.25%포인트, 내년 초 0.5%포인트를 더 올려 내년 상반기에 4.75∼5.0%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 파월 “경기 연착륙 가능성 줄어들어”
주요 투자기관의 경제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더 큰 고통’이 올 것을 시사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낮아졌을 뿐 아니라 내년 경제성장률도 기존 1.7%에서 1.2%로 0.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연준은 금리 인상 지속으로 내년 실업률도 4.4%까지 올라갈 것으로 봤다.
파월 의장은 7월 기자회견 때만 해도 “연준은 경기 침체를 피하려 하고 있고, 우리가 반드시 경기 침체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 그는 경기 비관론에 가까웠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정책 과정에서 경기 침체가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성장률이 둔화할 위험이 있더라도 ‘일이 끝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이라고 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1980년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려 물가를 잡았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회고록 제목인 ‘Keeping at it’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조너선 핑글 UB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파월 의장은 경기 침체 위험이 실재함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물가 억제를 위해서라면) 경착륙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새로운 뉴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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