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되는 것을 피할 수만 있다면 팔이나 다리를 부러뜨리든, 감옥에 가든 무엇이든 하겠다.”
칼리닌그라드에서 온 한 러시아 남성은 22일(현지시간) BBC에 이 같이 말했다.
BBC와 가디언, 모스크바타임스(MT)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추가하기로 결정한 뒤 러시아 전역에서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러시아 청년들의 눈물로 아비규환이 됐다.
통지서를 받은 러시아 남성들은 군 소환을 피할 방법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뱌체슬라보브나는 “자신과 그의 친구들이 의학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건강이나 약물중독이란 이유는 값도 싸고 핑계대기 좋은 방법 같다”며 “확신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군대 가는 것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MT는 “푸틴은 19일 러시아가 군사 경험이 있는 예비역을 대상으로 부분적인 동원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들도 일부 징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야니나 니마예바는 “어제 지방 당국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행방을 물었다”며 “남편은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데다. 5명 의 아이들이 있다. 우리는 충격을 받아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우리는 인권운동가들과 연락을 취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드미트리(28)는 직원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 TV 속 연설을 보느라 근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마치 1980년대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솔직히 너무 무섭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주요 전투 병력을 불균형적으로 소수 민족에서 강화하는 것 같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소수 민족들이 사는 지역에서는 유독 전쟁에서 더 많은 사망자와 사상자를 낳았다.
사쿠티아에서 두번째로 큰 마을인 네령리에 수십 명의 남자들이 축구 경기장에 모여 가족들과 눈물을 흘리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영상이 공개됐다. 남성들 중 상당수가 30~40대로 보인다.
다게스탄에 있는 한 징병센터에서 공무원을 향해 격분에 찬 사람들이 소리를 내지르는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여성은 군중을 향해 “여러분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외치니, 군중 속 한 남성은 “우리는 현재가 없는데 어떤 미래를 말하는 거냐”고 항변했다.
징병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면서 인권단체에 구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대부분의 18~60세 남성이 징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군 인권단체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러시아 군 법률 등을 지원하는 더 시티즌의 세르게이 크리벤코는 “심각한 공황상태”라고 표현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원하는 반전 단체인 자유 부랴티아 재단의 알렉산드라 가르마자포바 공동 설립자는 이미 5000명의 남자들이 동원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르마자포바는 “전면적 동원이었다”며 “구호 요청 건수가 점차 늘어났다. 이틀 만에 각 팀 구성원이 수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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