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역대급 홍수가 덮치고 지나간 자리에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 수인성 질병이 창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어린아이의 목숨을 유독 집중적으로 빼앗고 있어 유엔(UN)도 위기상황으로 보고 경고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CNN은 파키스탄 마을을 가득 채웠던 물이 빠져 나갔지만, 수만 명이 설사와 이질, 뎅기열, 말라리아 등 질병과 씨름하면서 새로운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파키스탄에는 계절성 몬순 우기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역의 빙하가 녹으면서 이례적인 홍수가 발생했다. 이에 지금까지 약 1600명이 숨졌는데, 이중 3분의 1 이상이 아이들이었다.
많은 사상자를 낸 것도 모자라,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선 어린 아이들이 수인성 질병으로 줄줄이 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 신드주의 모자보건병원 의사들은 매일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파키스탄의 3분의 1을 물에 잠기게 한 물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자보건병원에 따르면 응급실 침대에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비좁게 잠을 청하고 있고 일부는 병으로 의식을 잃고 있다. 창백하고 무기력한 얼굴에 갈비뼈와 불룩한 눈은 모두 영양실조 증상과 같다.
이 병원의 어린이 응급실 담당 의사는 “파키스탄 전역에서 전례 없는 생명에 위기가 처했지만 도움을 주려는 손길은 오질 않고 있다”며 “국제 단체의 원조가 더이상 없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수로 인해 집이 떠내려가면서 수만 명이 먹을 음식이나 마실 깨끗한 물도 없도 사라진 상태다. 가난한 가족에게 피해는 더 크게 다가온다.
아픈 세 살 아들 아바스를 모자보건병원에 데려온 어머니 라니는 “마을이 아직도 물에 잠겨있고 집이 완전히 부서져 도로 위에서 비닐을 덮고 생활해야 한다”며 “낮 동안 가족들은 찌는 듯한 햇볕과 탈수를, 밤에는 모기의 공격을 견뎌야 한다. 모기가 아이들을 물지 못하게 쓰레기를 태운다”고 말했다.
아이데스 모기로 전염되는 바이러스 감염인 뎅기열이 급성 발병하는 것이 목격됐다. 감염자의 25%만이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심한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발열, 발진 등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킨다. 극단적인 경우 출혈과 쇼크, 장기 부전,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유니세프 파키스탄 담당자 아다르쉬 레가리는 “모기가 말라리아와 질병을 일으키고 있어 걱정”이라며 “또 다른 문제는 콜레라”라고 짚었다.
지난주 유엔은 성명에서 이 상황을 경고하며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생존을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수천명이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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