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강행하면서 핵위협을 거듭 발하는 러시아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로 제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이날부터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수입금지 등 새로운 수출입 제한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EU 당국자들이 밝힌다. 또 며칠 안에 러시아 당국자들과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들을 추가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
미 정부도 러시아 경제를 압박하는 일련의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러시아예금보험공사, 국립카드지불시스템 등 러시아 경제 운영에 비중이 큰 정부 관련 기관들이 제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들 기관을 통해 서방의 금융제재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국가간청산센터와 국립예탁결제원도 제재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그밖에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되는 러시아 은행을 늘려 러시아 경제 운영에 필수적인 상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확대하고 제재 대상 러시아 국영기업들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국자들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서방 정부가 푸틴이 동원령, 핵위협, 점령지 합병 시도 등으로 상황을 악화하는 걸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내에 대러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류가 커지면서 당국자들은 러시아 정부를 제재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있다. 이번 주말까지 새 제재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며 다음주 프라하 EU 정상회담 뒤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당국자들이 밝힌다.
EU의 추가 제재는 지난 7월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축소로 유럽 경제침체 위험이 커질 때 부과한 제재 이후 처음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서방과 러시아간 경제 전쟁이 중요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마이크로칩 수출 제한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가 연말 발효되는 등 서방의 제재 강화로 러시아는 심각한 침체에 빠져 들게 된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난이 악화하면서 지난 5월 부과된 석유 수입금지 이후 새로운 제재 부과가 지연돼 왔으며 EU내 분열도 나타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내년 1월로 예정된 EU의 제재 실행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왔다.
EU가 준비중인 제재 방안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건 벨기에 다이아몬드 산업을 지탱해온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원석의 수입금지다. 벨기에는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18억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수입했다. 러시아는 연간 40억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이아몬드를 제재에 포함시키려 노력해온 벨기에 정부가 이번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이 밝힌다.
EU 집행위원회는 또 러시아산 철강 및 관련 상품, 화학제품 및 기계류의 수입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러 수출과 관련해 EU집행위는 러시아 무기와 항공기, 유압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의 수출을 금지하려 하고 있다. 금지되는 수출품의 총액은 수십억 유로에 달한다. 그밖에 우크라이나 합병 주민투표에 관여한 단체와 인사들을 제재 대상에 추가될 전망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미 광범위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이번의 추가 제재로 마지막 생명선이 끊기면 금융혼란이 악화하고 물가가 오르며 공급부족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민간은행을 통제하고 민간 금융기관들의 자산을 국영 은행으로 이전시켜왔으며 해외에 예치된 러시아 은행 자금과 자산을 회수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