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의문사’에 이란 여성 머리카락 자르며 저항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29일 17시 09분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후 의문사 한 ‘마사 아미니’ 사태를 계기로 많은 이란 여성들이 정부에 시위하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고 CN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내에서는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12일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방위군의 무력 진압에 최소 41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했다. 일부 인권 단체들은 사망자 수가 76명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지난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방위군의 총격에 숨진 자바드 헤이다리의 장례식 모습은 아미니의 죽음에 대한 이란 시민들의 저항 의식을 각성시켰다. 이슬람 율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긴머리를 자르는 행위로 이어졌다. 22살이었던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 여성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아미니는 히잡을 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헤란 거리 한복판에서 종교 경찰에 의해 교육 센터로 연행됐다. 이후 사건 발생 3일 후인 9월16일 병원에서 사망했다.

중동, 유럽,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전 세계 여성들은 이란 여성들이 처한 어려움에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또는 촬영 중에 머리를 자르거나 밀기도 했다.

이슬람 공화국에서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며 반드시 숨겨야 하는데, 이런 이란 여성들에게 머리를 자르는 행위는 항의의 뜻을 내포한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사는 이란 화학 기술자인 파예제 아프샨이 “우리는 사회가 말하는 기준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이는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다”라며 그녀의 머리를 미는 장면을 녹화했다.

아프샨은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가 의미를 가지는 것이 역사적, 문화적 관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문학 작품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은 애도의 상징이며 때로는 항의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만약 우리가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머리를 자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습은 1000년 된 페르시아 서사시이자 이란 문화의 기둥인 피르다우시가 쓴 “샤나메”에 기록되어 있다. 거의 6만 개의 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페르시아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페르시아어 문학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에서도 애도의 행위로 머리카락을 뽑는 장면이 여러번 나타난다.

웨일스에 사는 작가이자 번역가인 샤라 아타시는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고대 페르시아의 전통이다. 억압하는 자의 힘보다 분노가 더 강할 때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벨기에에 거주하는 시마 바바에이는 지난 2018년, 항의의 의미로 공개적으로 히잡을 벗은 혐의로 이란의 종교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직계 친척을 잃은 여성들은 때때로 애도나 분노의 표시로 머리를 자른다고 그녀는 말했다.

아타시는 “마사는 우리의 자매였다. 그래서 우리는 시위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머리를 자르는 것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고통의 깊이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한 애도 의식”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 국민의 살인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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