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13일째… 복장 단속 ‘도덕경찰’ 자취 감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9일 0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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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 상징 ‘도덕경찰’ 초록색 승합차 테헤란 시내서 사라져
강경 진압 나선 이란 당국, 이라크 쿠르드 조직 공습

뉴시스
이른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가 13일 째 이어진 이란에서 주로 여성 복장 단속을 담당하는 ‘도덕경찰(morality police)’이 거리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무차별적 히잡 의무 착용 단속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16일 돌연 숨진 채 발견된 마사 아미니(22) 사건을 기화로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로 악명 높은 도덕 경찰이 테헤란 거리에서 모습을 감췄다고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덕경찰이 사용하는 초록색과 흰색으로 칠해진 승합차가 테헤란 도심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도덕경찰은 복장을 비롯한 이슬람 풍속 단속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체포 및 구금 권한을 남용해 길에서 여성을 구타하거나 납치하듯 연행하는 마구잡이식 단속으로 악명 높다. 도덕경찰이 사용하는 초록색과 흰색 승합차는 여성 억압을 상징하게 됐다. 이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도덕경찰 단속 위치와 현황을 실시간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유행할 정도로 기피 대상이다. 지난해 원리주의 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단속은 더욱 강화됐다.

개혁주의 분석가 사이드 레이라즈는 FT에 이번 시위를 계기로 이란 정부도 히잡 단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자유를 보장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FT는 “도덕경찰이 당장은 자취를 감췄음에도 이란 당국이 히잡 착용 의무화 법안을 수정하는 데까지 이어지기는 힘들다”며 “향후 도덕경찰 역할을 두고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후 줄곧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통신은 이날까지 반정부 시위로 6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2000명 넘게 시위 참여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내부 단속을 넘어 반정부 시위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주변국 이라크 쿠르드 지역을 공습하면서 국제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나온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계 분리독립조직 거점을 탄도미사일과 무인항공기(드론) 등으로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58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쿠르드족은 이란 내 소수민족으로 아미니 역시 쿠르드족 출신이다. 현재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가장 활발한 곳도 쿠르드족 밀집 지역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들과 이라크 쿠르드계 조직이 연관돼 있다며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라크 쿠르드 지역 공습에 나선 이란 드론을 격추해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라크 북부를 타격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 시위와 관련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당국은 불필요한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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