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3주째…학내 시위도 강경 진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3일 0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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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00명 육박… 국경지역 교전도
대학가 반정부 시위에 국경지역 소요 겹쳐
당국 “정부 붕괴 목표 시위” 강경 진압 고수

뉴시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수도 테헤란은 물론 국경 인근 소수민족 거주지역에서까지 시위가 격화하면서 진압의 폭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 망명자 주축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사 아미니(22) 사건 이후 벌어진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 9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IHR은 이란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해 정확한 사망자 집계가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강경 진압을 고수하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젊은이 주축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는 모습이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팔로워 16만 명인 이란 트위터 계정 ‘1500tasvir’는 이날 테헤란 샤리프대학 캠퍼스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이란 경찰들 동영상을 여러 건 올렸다. 경찰들은 학생들을 캠퍼스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 총소리 같은 폭발음도 들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로이터에 따르면 테헤란뿐 아니라 사난다즈, 쉬라즈 같은 이란 주요 도시 대학 캠퍼스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경 지역에서는 아랍계 소수민족 폭력 시위까지 발생해 이란 정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동남부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州) 중심 도시 자헤단 및 인근 지역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계속된 반정부 시위대와 보안군 간 교전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와 민병대원 등 5명이 숨졌고 3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인명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해 혁명수비대 정보부대 지휘관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발루치스탄주 소요 사태 배후로 수니파 무장 단체 ‘자이시 알라들’을 지목하고 있다. 발루치스탄 지역은 발루치족을 비롯해 아미니 같은 크루드족 등 아랍계 소수민족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은 이란 정부 차별에 항의하며 분리 독립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AFP통신은 아미니 사건에 더해 이 지역 경찰서장이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했다고 전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반정부 시위가 ‘정부 붕괴를 목표로 한 시위’라며 더욱 경경한 진압을 요구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라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개혁과 개선을 요구한 과거 시위와는 달리 이번 시위는 정부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다”며 더욱 매섭게 진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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