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대선 1차투표서 48.4% 득표
현직 보우소나루와 5%P 差 그쳐
여론조사 무응답 ‘샤이 보수’ 결집
군소후보 9명 표심 향방에 관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2일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힘겹게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두 후보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일대일로 맞붙는다.
3일 마무리된 개표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득표율 48.4%로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에게 5.2%포인트 앞섰다. 이는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선 룰라 전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지을 것이라는 예측을 뒤엎은 것이다. 투표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지율 30%대에 머물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율 70%까지는 룰라 전 대통령을 앞설 만큼 선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모든 선거를 첫판에 이기고 싶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며 결선 투표를 축구 경기 연장전에 빗대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반면 대선 기간 ‘여론조사가 왜곡됐다’고 주장해 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짓말을 극복했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는 전자투표 시스템에 거듭 불신을 표하며 “국방부가 전체 개표 결과를 교차 점검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1차 투표 결과가 예상과 크게 달라진 배경에는 여론조사에서 지지 여부를 밝히지 않던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보우소나루)는 브라질 27개 전체 주에서 여론조사기관 IPEC 예측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 ‘아우실리우 브라질’같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포퓰리즘 비판을 감수하며 밀어붙인 정책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선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좀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차 투표에서 8%가량 득표한 군소 후보 9명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실업률과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한 달 더 이어진다면 전세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로 기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선 투표까지 4주간 룰라 전 대통령 측 좌파와 보우소나루 측 우파 양 진영의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룰라 전 대통령의 1차 투표 승리로 ‘핑크타이드(pink tide·온건 좌파 물결)’가 중남미에 퍼질 가능성이 커지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바빠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7일 콜롬비아와 칠레, 페루를 순방하며 이민과 마약 밀매, 기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미국 지정학적 뒷마당이던 중남미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앞서 6월 중남미의 대표적인 미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돼 처음으로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칠레와 페루도 지난해 대선을 통해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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