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7시 반경 일본 도쿄 이치가야 지하철역 인근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이 같은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 출근을 재촉하던 시민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뉴스를 살폈다. ‘미사일 발사’ 방송으로 어수선한 거리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일본 전역은 북한이 2017년 9월 15일 이후 처음으로 일본 영공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발사하자 바짝 긴장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한 건 이번이 7번째다.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러트)이 5년 만에 작동되면서 휴대전화에 경고 메시지가 발송됐다. NHK 등은 정규 방송을 중단했다.
○ 지하 대피령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시민들께서는 건물 안에 머물거나 지하로 대피하세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북부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에는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절대 접근하지 말고 즉시 경찰 등에 연락해 달라”며 이런 대피령이 내려졌다. 아오모리현에 사는 에비나 씨(80)는 아사히신문에 “스마트폰에 경보 알람이 울리며 대피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국토교통성은 일본 주변 해역과 상공을 지나는 선박과 항공기에 주의를 당부하는 ‘항행 경보’와 ‘항공 정보’를 각각 발령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일본 인근 북태평양에서는 어선 70여 척이 조업을 하고 있었다. 홋카이도 네무로시의 어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한창 꽁치잡이 철이라 태평양에서 조업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태평양 섬 지역인 오가사와라제도의 50대 남성 주민은 “아내와 헬멧을 쓰고 집에서 대기했다. 경보가 해제됐다지만 안심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호쿠 신칸센, 홋카이도 신칸센, 삿포로 지하철 등 일부 열차는 미사일 발사 직후 20여 분간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 운행됐다. 홋카이도 3개, 아오모리현 1개 학교가 임시 휴교했고 131개교는 등교 시간을 늦췄다.
하코다테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이날 오전 7시 반쯤 학부모에게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됐으니 등교를 중지시켜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오후 8시 이후 등교를 재개한다는 연락을 보냈다. 등교 중이던 학생들은 사이렌이 울리자 길가에 주저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대피소 위치를 찾았다. 일부 신문은 호외를 제작해 도쿄, 삿포로 등 대도시 중심지에 배포했다.
오키나와현 주일미군 가데나 공군기지에서는 이날 F-15 전투기가 이륙해 미사일 관련 낙하물 수색에 나섰다. 미 공군 통신감청 정찰기 RC-135V 리벳 조인트도 이륙했다.
○ 긴급 NSC 기시다 “폭거 강하게 비판”
도쿄 총리관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폭거다.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특히 일본 열도 통과는 일본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베이징 주재 일본대사관을 통해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판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불안이 다시 현실화되면서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방위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마쓰노 장관은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집권 자민당 간사장도 “(적 기지 공격 능력은) 일본의 방어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가져야 한다고 다시 느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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