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23일째인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의 러시아 점령지를 ‘빠르고 강력하게’ 탈환하는 동부에 이어 남부 전장에서도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북부와 동부에서 공세를 계속하면서 서쪽으로 진격하려 시도했지만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을 뚫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을 종합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진행 중인 방어작전 과정에서 남쪽에서 상당히 빠르고 강력한 진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우비우카, 흐레셴니우카, 졸로타 발카, 빌랴이우카, 벨리카, 말라 올렉산드리우카 등의 마을 이름을 나열하면서 “이번 주에만 수십 개 마을을 러시아의 가짜 주민투표(합병)에서 해방했다”며 “우리 군은 멈추지 않는다. 점령자들을 우리 영토에서 추방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자신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2014년 점령된 영토(크름반도)를 포함해 우리의 모든 영토를 해방시키고 싶다”며 “러시아의 위협은 우크라이나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헤르손 지역에서 크게 후퇴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사용한 지도는 전날 지도에서 드니프로강 서쪽 강 하류에 있는 헤르손에서 상당한 손실이 있었음을 확인해 준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군 중장은 브리핑에서 손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지금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것으로 보이는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갑옷을 파괴하고 우크라이나군의 목숨을 빼앗았다”고 했는데 이것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동부에선 리만에서 루한스크로 진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리만을 공식 수복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하르키우 대부분에 이어 전략적 요충지 리만까지 탈환한 것은 약 24㎞도 안 되는 루한스크 지역의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강력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군이 몇 달 동안 점진적으로 승리를 거둔 뒤 얼마나 빠르게 진군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른 러시아 지원군이 도착하기 전 가능한 많은 점령지를 탈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반대로 러시아군은 북부와 동부에서 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군 고위 관리는 러시아군이 루한스크 인근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쿠피얀스크에 포탄을 발사했고 서쪽으로 진격을 시도하면서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부분 동원령 이후 러시아에선 약 20만 명의 예비군이 소집됐다고 러시아 측은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최전선에 배치되기 전 80여 개 훈련장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는데 검증되진 않았다.
NYT는 이 중 일부는 이미 전장에 투입됐지만 훈련도, 무기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로 전세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루한스크공화국(LPR), 도네츠크공화국(DPR), 자포리자주, 헤르손주를 강제 병합했지만 이 지역들 전체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영토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할 지 모른다고 시인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경찰은 러시아군이 퇴각한 하르키우주 마을에서 고문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발견된 물건 중 뽑은 금니가 가득 담긴 용기가 있었다고 했다.
경찰은 “피스키-라드키우스키 마을이 해방된 뒤 지역 주민들에게 주택 지하에 포로가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주민들은 비명이 계속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관과 검찰은 이 고문실에서 일어난 모든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6억2500만 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을 승인했다. 이로써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안보 지원 규모는 총 168억 달러(약 23조8800억원)가 됐다.
이에 대해 유엔 군축위원회 러시아 측 대표인 콘스탄틴 보론초프는 이날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이 전투(전쟁)를 장기화하고 러시아와 나토 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 위험선까지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오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고 “미국은 러시아의 합병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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