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비판’ 필리핀 유명 언론인, 괴한에 피살…“언론 탄압” 일파만파

  • 뉴스1
  • 입력 2022년 10월 5일 15시 26분


필리핀 유명 언론인이 출근길에 괴한의 습격을 받아 피살됐다. 피해자는 평소 필리핀 정부를 가감없이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져 언론인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언론 탄압’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리핀 대통령실도 수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통신 등은 유명 라디오 진행자 펄시벌 마바사(64)가 수도 마닐라의 한 주택 단지 입구에서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던 도중 두 명의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현지 경찰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마바사가 머리에 두차례 총격을 맞아 사망했으며 피의자 2명은 범행 직후 곧바로 현장을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달아난 두 명의 행방을 쫓는 한편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펄시 래피드란 예명으로도 활동한 마바사는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촌철살인을 이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그의 사망 배경을 둘러싼 의혹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범죄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유혈 진압을 조장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바사의 대표적인 표적이었다. 21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유튜브 계정에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을 비판한 영상을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번 피습 사건을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탄압이라 규탄하는 한편 정부에 언론인 신변 보호를 강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필리핀언론인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닐라 도심 한복판에서 버젓이 발생한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후안무치함 외에도 관계 당국이 언론인 보호에 실패했단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제엠네스티 역시 이번 공격에 대해 “즉결처형과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모든 정황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피살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는 점도 언론 자유에 대한 업계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불과 지난달에도 라디오에서 활동하던 언론인 레이 블랑코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필리핀에선 지난 35년간 최소 18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언론 탄압’ 논란으로 번진 이번 피살 사건의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휴버트 게바라 대통령실 수석 사무차장은 “마르코스 정부는 이번 살인 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경찰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해 나가겠다 약속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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