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헌법보다 상위로 인식되는 공산당 당헌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당내 핵심 지위를 “수호, 확립”한다는 내용이 16일부터 열리는 20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새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홍콩 밍보가 6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유력해지면서 중국은 마오쩌둥에게 권력이 집중됐던 50여 년 전으로 퇴행할 기로에 섰다. 중국 서민들은 “누가 권력을 쥐든 ‘제로 코로나 정책’이나 없애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中공산당 당헌에 ‘시진핑 수호’ 포함 전망…장기집권 밑그림
“시진핑이 5년을 더 집권하든 10년을 더 하든 상관없어요. ‘제로코로나 정책’만 없애주세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것이 유력한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16일 개막하는 가운데 5일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의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중국인 리모 씨(62)는 기자에게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카페가 망하기 일보직전”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세계은행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내리는 등 중국의 경기둔화 조짐이 보이면서 서민들은 경제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이들 일부는 “당 대회와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정당화하는 선전으로 당 대회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중국공산당과는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마오쩌둥 시대로 퇴행 기로”
10년을 집권한 시 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5년 집권 연장을 공식화할 것이 유력하다. 홍콩 밍보는 6일 중국공산당이 이번 당 대회에서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양개유호)’와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양개확립)’을 당장(黨章·당헌)에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공산당 당장은 헌법보다 높은 것으로 인식된다.
‘두 개의 수호’, ‘두 개의 확립’은 당 중앙으로서 시 주석의 핵심 지위와 권위 및 ‘집중·통일 영도’ 수호,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가리킨다. ‘집중·통일 영도’는 덩샤오핑 시대 이후 유지돼온 집단지도체제와 달리 시 주석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헌에 이런 내용들이 새로 들어가면 시 주석이 2000년대 이후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로 여겨져 온 10년 집권이 끝나는 올해 이후에도 시 주석이 장기 집권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중국인은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수호’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두 개의 옳음(兩個凡是·양개범시)’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마오쩌둥이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은 모두 옳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 추진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두 구호를 내세웠다는 의미다. 그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암흑기였던 마오쩌둥 시대로 복귀하는 것 같다”며 시 주석의 구호가 전형적인 ‘마오주의의 재림’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 “당 대회와 서민 삶이 무슨 상관이냐”
시 주석의 3연임이 기정사실화한 듯 베이징 곳곳에서는 그를 찬양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베이징 최대 전시관인 베이징전람관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시 주석의 집권 후 10년간 벌어진 변화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축구장 약 5개 크기인 3만 m² 면적에 전시관이 마련됐다. 천스(陳實·34) 씨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빈곤 퇴치의 기적을 시 주석 치하의 공산당이 이뤄냈다”고 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많은 시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로코로나 여파로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서 오랫동안 운영해오던 노래방을 올해 초 폐업하고 배달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왕모 씨(44)는 “코로나19가 발발한 후 2년간 당국 지시로 사실상 영업을 못 했는데도 한 번도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당 대회와 서민의 삶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둔화 여파로 최근 정보기술(IT) 기업 입사 5년 만에 구조조정을 당한 위모 씨(27)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젊은층에게 최대 화두는 취직”이라며 “경기가 다시 살아나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당국이 이런 밑바닥 민심을 가리려고 당대회를 기념해 톈안먼(天安門)광장에 만든 꽃 장식을 더 화려하게 만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교민 박모 씨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라 전면 봉쇄를 당했던 상하이 민심은 훨씬 나쁘다”면서 “시 주석이 경제 수도 상하이를 방문할 법한데도 이런 일정을 잡지 않는 이유가 돌아선 민심 때문이라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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