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이 들이마신 공기 중의 해로운 입자가 태반을 거쳐 태아의 폐·간·뇌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토클랜드 애버딘 대학과 벨기에 하셀트 대학 등 연구진은 1일 국제 의학 저널인 ‘랜싯(The Lancet)’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대기오염 수준이 비교적 낮은 스코틀랜드와 벨기에에서 비흡연자 산모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태아 발달의 중요한 단계인 7~20주차의 임신부 중 임신중절을 희망하는 36명을, 벨기에에서는 자연분만을 통해 출산한 산모·신생아 60쌍을 대상으로 정했다.
그 결과 산모의 혈액·탯줄혈액·태반에서 블랙카본(Black carbon) 등 유독성 입자가 발견됐다. 또 7~20주 사이의 태아 14명을 검사한 결과 신체 조직 세제곱 밀리미터(㎣)당 수천 개의 블랙카본 입자가 발견됐다.
블랙카본은 자동차 매연이나 석탄 등이 연소할 때 나오는 검은색 그을음으로 초미세먼지의 주요 성분으로 지목된다. 입자의 농도는 임신부가 대기오염이 심각한 곳에 살았을수록 더 짙었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이 유산·조산·저체중 등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실제 태아에게 어떻게 피해를 유발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폴 파울러 에버딘 대학 교수는 “더 걱정되는 것은 입자가 태아의 뇌까지 들어간다는 점”이라며 “블랙카본 입자가 신경계·내분비계 등 신체 조절 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팀 나브로 하셀트 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기질 개선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일깨워 준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측면에서도 관련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앞서 2018년 대기오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 조나단 그리그 영국 퀸메리 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태아의 뇌에 유독성 입자가 침투하는 경우 일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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