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슈퍼컴 고사 전략… “냉전 이후 최대 수출 통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9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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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슈퍼컴퓨터 및 인공지능(AI) 산업에 첨단반도체 유입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전방위 규제를 공식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중국 슈퍼컴퓨터 및 AI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연산 능력 100PFLOPS(페타플롭스·1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성능 단위) 이상의 슈퍼컴퓨터에 최종 사용되는 모든 제품 등을 수출하려면 미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또 28개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이 ‘우려 기업’으로 등재돼 수출이 어렵게 된다.

반도체 장비 규제도 대폭 확대 됐다. 14 및 16나노미터 이하 시스템반도체,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에 쓰이는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이 사실상 금지 된다. 또 애플이 메모리반도체를 구매하려 했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중국 최대 안면인식 AI 기업 센스타임 등 31개 기업에 대해 신뢰성 검증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명단에 올렸다.

테아 로즈먼 켄들러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 담당 차관보는 보도자료에서 “중국은 슈퍼컴퓨팅 분야에 자워을 쏟아붓고 있고, 2030년 인공지능 분야 세계 리더가 되려 한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적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의 기술 리더십이 가치와 혁신에 관한 것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간 특정 기업(화웨이), 특정 장비(극자외선·EUV 장비)를 중심으로 제재해 왔다. 이번처럼 슈퍼컴 산업 전반, 메모리 반도체까지 포함한 반도체 장비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수출 통제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화웨이에 치명상을 입힌 ‘미국 기술이 들어갔다면 해외 기업도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집중적 통제를 전체 산업으로 확장한 것은 냉전 이후 미국 수출 통제의 근본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펌 아킨 검프의 파트너인 케빈 울프 변호사는 NYT에 “규제 효과는 동맹국 동의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세계 첨단 반도체 제조 비중이 가장 높은 대만 당국은 상무부 발표 이후 “대만 반도체 산업은 국제법을 따른다”고 밝혀 미국의 수출 통제에 동참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전방위 규제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이 자국의 기술력을 이점으로 삼아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저해하고 억제하려 한다. 미국은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영원히 공급망의 최하단에 머물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는 국제 무역 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위반”이라고 강도 높게 미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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