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림대교 보복… 우크라 전역에 미사일 80여발 퍼부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키이우 등 12곳 공격, 최소 11명 사망
폭발 이틀만에… “가혹하게 대응”

러, 무차별 미사일 공격… 거리에서 응급처치 받는 시민들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이틀 전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며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했다. 키이우=AP 뉴시스
러, 무차별 미사일 공격… 거리에서 응급처치 받는 시민들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시민들이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치료를 받고 있다. 이틀 전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발생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며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을 폭격했다. 키이우=AP 뉴시스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인 케르치해협대교(일명 크림대교)가 폭파된 지 이틀 만인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격했다. 키이우 공습은 7월 말 이후 70여 일 만이다. 키이우 중심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집무실 인근도 공격 받았다. 크림반도 점령의 상징이자 러시아군 핵심 보급로인 크림대교 폭파로 자존심을 구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심장부’까지 공습한 만큼 ‘피의 보복전’ 강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러시아 국가인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러시아와 합동기동부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혀 확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오전 출근길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동북부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 12곳에 미사일 최소 83발을 발사해 40발이 목표물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최소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또 테러를 하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파괴를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젤렌스키 집무실 근처까지 미사일… 출근길 도심 곳곳 유혈낭자


러, 우크라 전역 공격… 키이우 중심-민간지역 등 집중공격
우크라 전역서 11명 사망 64명 부상… 러 미사일 3발은 몰도바 영공 통과
삼성전자 입주 건물도 일부 파손… 韓대사관 “한국민 피해 아직 없어”
젤렌스키 오늘 G7정상과 긴급회의… 러 최우방 벨라루스는 참전 움직임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 중심부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지역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며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내무부 관계자는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건물 근처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SBU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기관이다.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3발이 우크라이나 서쪽 국가인 몰도바 영공을 지나가 영공을 비행하는 민간 항공기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몰도바 정부가 밝혔다. 러시아의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공격 무기가 우크라이나 외 다른 나라를 지나간 것은 처음이다.
○ 출근길 곳곳 사상자…유혈 낭자
러시아는 70여 일 전 마지막 미사일 공격 때와 달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와 민간인 활동 지역을 집중 공격했다. 특히 오전 시민들이 몰린 출근 시간대에 도심 곳곳과 도로에 미사일을 발사해 대혼란이 벌어졌다. 미사일 공습경보가 오전 6시 40분경 울렸다. 전역에서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치며 유혈이 낭자했다. 주거시설과 사무용 빌딩, 자동차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키이우에서만 30여 곳에서 불이 나 불바다를 연상케 했다. 서부 르비우 등 4개 지역은 전기가 끊겼다. 현지 미국대사관은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키이우 시민들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갔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삼성전자 입주 건물, 러 미사일에 파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건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기 전 모습으로 건물 꼭대기의 ‘삼성’ 로고가 보인다(오른쪽 사진).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키이우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이 건물 하단부가 심각하게 파손됐다. 건물 하단부에 있는 유리창 대부분이 박살난 모습이 뚜렷하다. 사진 출처 트위터
삼성전자 입주 건물, 러 미사일에 파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 있는 삼성전자 사옥 건물.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기 전 모습으로 건물 꼭대기의 ‘삼성’ 로고가 보인다(오른쪽 사진). 10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키이우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이 건물 하단부가 심각하게 파손됐다. 건물 하단부에 있는 유리창 대부분이 박살난 모습이 뚜렷하다. 사진 출처 트위터
미사일 공격 여파에 키이우의 삼성전자 사무실이 있는 고층 건물도 유리창이 부서지는 등 일부 파손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입주 건물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게 아니라 해당 건물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이 공격을 받은 여파로 유리창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한국 국민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 키이우 주재 기자가 도심에서 중계를 하던 도중 미사일이 폭발하자 급히 대피하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일본 NHK가 주재하는 키이우의 호텔에서도 폭발음이 최소 3회 들렸다. 키이우 시민들 머리 위로 미사일이 지나갔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안톤 헤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이 트위터에 공유한 영상에서 한 우크라이나 여성은 “손이 떨린다. 방금 미사일이 날아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의 어린이 놀이터까지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구상에서 지워 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 인근 야외에서 1분 26초 분량의 셀프 카메라 영상을 찍어 공개해 본인이 건재함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주요 7개국(G7) 정상과 긴급회의를 연다.
○ 친러 벨라루스 참전 조짐까지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을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 행위”로 규정하며 10일 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번 범죄(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러시아의 유일한 대응은 테러리스트들을 직접 패망시키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우리의 목표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완전한 해체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러시아 최우방국으로 꼽히는 벨라루스가 참전 조짐을 보이면서 확전 우려도 커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10일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연합 기동 부대를 구성해 우크라이나 서쪽 접경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푸틴#크림대교 보복#미사일#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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