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경고등]
“세계 경제에 폭풍우 몰아치고 있어”
전망 2.9%→2.7%… 올해 3번째 내려… 韓 성장률도 0.1%P 낮춰 2.0% 전망
英 국채 금리 급등-반도체 주가 폭락… 금융-실물 ‘초대형 복합위기’ 현실로
국제통화기금(IMF)이 11일(현지 시간) “세계 경제에 폭풍우(stormy waters)가 몰아치고 있다”며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경제 침체 위험을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킨 영국 국채 금리가 또 급등해 영국발 금융위기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 미국의 전례 없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글로벌 반도체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실물 전반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 닥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경제부처를 이끈 전직 관료 등 전문가들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대내외 요인이 동시다발로 문제를 일으키는 복합위기라고 진단했다.
IMF는 이날 공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7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낮췄다. 올해 1월 전망치(3.8%)를 4월에 3.6%로 내리고 7월에 또 하향한 데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이다.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2.0%로 기존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최저 수준이다. 특히 IMF는 “세계 3대 경제국인 미국, 중국, 유럽 경제가 계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세계 경제는 침체가 온 것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침체 우려, 중국은 코로나19 봉쇄와 부동산 폭락 위기,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가 경제 침체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과거 경제위기 극복의 버팀목이 됐던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 국채 금리가 지난달 하순 영국중앙은행(BOE) 개입 이전 수준인 장중 4.7%까지 치솟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구겐하임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위기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유럽에 경기 침체가 왔다”고 했다.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시장 타격이 예상되자 10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11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IMF “강달러에 금융 혼란… 신흥국銀 29%, 필요자본 바닥날 수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전쟁-고물가-中침체도 위기 요인, 세계경제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아” 130여개 국가 성장전망치 하향 조정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 6.5%로 상향, 주택-식료품 등 ‘생활비용 위기’ 경고 IMF-세계銀 “국제 협력” 권했지만 지정학적 갈등속 위기심화 우려 커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고물가, 중국의 경기둔화 속에 아직 세계 경제에 ‘최악’은 오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 시간)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에 비해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전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내년 경기침체 위험을 경고하며 “(경기 둔화로) 2026년까지 세계 경제생산에 4조 달러(약 5700조 원)가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4조 달러는 독일의 경제 규모 수준이다.
○ 내년까지 세계 국가 33% 사실상 경기침체
IMF가 전망한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3.2%와 2.7%는 2000∼2021년 평균 경제성장률(3.6%)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세계 경제가 장기간 심각한 저성장 및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IMF는 올해∼내년 전 세계 국가의 33%가 두 개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경험했거나 할 것으로 봤다.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 진입을 가리킨다.
내년 한국 성장률은 7월 전망치와 비교해 0.1%포인트 하락한 2%에 그칠 것으로 IMF는 봤다. 미국이 1%, 중국이 4.4%, 유럽이 0.5%로 전망됐다. 중국과 유럽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월 전망 때보다 각각 0.2%포인트, 0.7%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은 7월 전망 때와 같았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3%에서 1.6%로 크게 낮아졌다.
6개월 전인 4월 보고서와 비교하면 143개국 중 92%에 해당하는 국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일제히 하향 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급격히 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보고서는 “중국 경기의 급격한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이 경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해 “예상보다 심각한 코로나 봉쇄와 부동산 시장 악화가 세계 경제에 미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IMF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3.2%로 관측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을 제외하면 19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44년 만의 최저치다.
○ “신흥국 은행 29% 필요자본 바닥 날 수도”
IMF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8.8%로 7월 전망치 대비 0.5%포인트 높게 봤다. 내년에도 6.5%로 0.8%포인트 올려 잡았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한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는데도 내년도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로 기존 전망치(2.9%)보다 높게 수정했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주택, 에너지, 식료품 등 생활 전반의 비용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례 없는 ‘생활비용’ 위기가 올 수 있다고 IMF는 경고했다.
IMF는 또 이례적으로 ‘강달러’에 대한 우려를 이번 보고서에 강력하게 담았다. 114번이나 ‘달러’가 언급됐다. IMF가 조사한 올해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폭에서 한국은 튀르키예, 헝가리, 일본, 폴란드, 영국 등 다음이었다. IMF는 “강달러가 금융 시장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며 “신흥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과 더불어 환율 관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강달러와 금리 인상으로 금융 변동성이 심해지면 신흥국 은행의 29%가 필요 자본이 바닥나고 세계적으로 20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필요 자본은 리스크를 고려해 은행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위험가중 자산 대비 자기자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위기에 빠진 개발도상국이 늘어나면서 IMF와 세계은행이 각국에 지원한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로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IMF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행한 대출 규모는 1350억 달러(약 193조 원)였다.
IMF와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가 글로벌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정학적 갈등 속에 ‘각자도생’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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