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박물관 첫 韓여행상품 인기
서울 박물관들-경주 불국사 등 방문… 항공권 빼고 1370만원에도 ‘완판’
달러 가치 급등… 美 여행 수요 늘어… 전세기로 韓-베트남-브라질 돌기도
“한국에 처음 가보는 고객이 많아서 기대가 큽니다.”
미국 여행사 ‘어레인지먼츠 어브로드’ 짐 프리들랜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회원들에게 한국 여행상품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뜨거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각국 미술관이나 박물관,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메트와 함께 여행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과 경북 경주를 오가는 5박 7일 여행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항공권을 뺀 가격이 1인당 9599달러(약 1370만 원)나 되지만 모집 인원 20여 명이 다 찼다. 이들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연구원과 함께 26일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 경주 불국사 등을 돌아본다.
프리들랜더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여행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강하다”며 “특히 달러 가치 상승으로 미국인에게 여행 기회가 늘었다. 이들은 새롭고 안전한 여행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 달러 강세에 ‘큰손’ 된 美 관광객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가치 대비 20%가량 급등하면서 미국인 관광객이 세계 여행산업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킹 달러’ 현상이 세계 경제에 고통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막혔던 여행길이 뚫리면서 참았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 현상과 맞물리며 미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이달 초 영국 런던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에릭 그레이 씨는 “아이들 방학 때는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수업을 빠지더라도 다녀왔다”며 “영국 1파운드가 미국 1달러와 가치가 거의 비슷해져 4성급 호텔에서 머물렀다”고 말했다.
아시아 전문 여행사 ‘리모트랜즈’ 멀리사 노빅 부사장은 “달러 가치가 커지다 보니 많은 관광객이 호텔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체류 기간을 늘린다”고 밝혔다.
색다른 럭셔리 여행도 인기다. 항공권을 제외하고도 1000만 원이 넘는 음식 투어나 전세기 투어가 대표적이다. 미 대형 여행사 ‘애버크롬비 앤드 켄트’는 다음 달 1일부터 약 한 달간 한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을 돌아보는 전세기 투어에 46명을 모집했다. 1인당 16만5000달러(약 2억3500만 원)짜리 초호화 여행이다. 첫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아 4일간 비무장지대(DMZ) 체험과 김치 요리 클래스 등을 진행한다.
○ “美 관광객 잡아라” 세계가 경쟁
올여름 유럽 여행에 집중한 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에 이어 일본도 코로나19 입국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박재석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은 “중국이 코로나 봉쇄 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K컬처가 떠오르면서 한국이 새로운 아시아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1∼8월 한국을 찾은 해외 방문객 중 20.3%가 미국인이었다.
일본은 11일부터 개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등 엔화 가치 하락을 관광산업 부흥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시아 관광 대국으로 꼽히는 태국도 중국인 관광객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인 관광객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에너지 위기 속에 추운 겨울을 맞을지 모르는 유럽인들에게도 ‘따뜻한 여행’ 홍보를 준비 중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3분기(7∼9월)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미국인 관광객이 유럽에 몰린 덕에 루이비통 등 LVMH 유럽 매출이 36% 늘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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