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시위학생 정신병원 구금…“죽을 각오로 시위 계속”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13일 09시 38분


이란 당국이 ‘히잡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구금해 정신병원과 다름없는 교육시설(mental health institution)로 이송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12일(현지시간) CNN은 “유세프 누리 이란 교육부 장관이 이란 현지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부 학생들이 시위 도중 구금됐다고 언급한 것을 확인했다”며 “그가 (구금시킨 곳을) ‘심리 기관(psychological institutions)’이라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누리 장관은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는 이 시설을 “반사회적 행동을 막기 위해 학생들을 개혁하고 재교육하기 위한 곳”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현지 신문과 인터뷰에서 “시위 학생들이 반사회적인 성격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그들을 개혁하고 싶다. 개혁된다면 수업에 복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역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약 한달 간 번지고 있다. 이는 마흐사 아미니(22)의 사망에서 촉발됐다. 아미니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했다. 경찰은 아미니가 지병인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며 반박해왔다.

이란 정부는 인터넷 차단에 이어 무력진압에 나섰지만 학생들까지 동참하며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영상에는 이란 여성과 소녀들이 히잡을 벗거나 불태우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테헤란의 한 직업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근처 거리에서 “여자, 삶,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재 구금된 학생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은 이에 대해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정확한 수치는 제시하지 못했다.

유엔(UN)의 어린이기구 유니세프는 11일 이란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유니세프는 성명을 내고 “이란의 불안한 상황 속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살해되고 다치고 구금되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위가 확산될수록 당국은 더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찰은 테헤란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테헤란 대학 인근 서점과 사무실은 결국 문을 닫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같은 억압에도 시위대의 의지는 더 불타오르는 분위기다. 붙잡히더라도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테헤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파와즈(가명)는 BBC와 인터뷰에서 “거리에 나왔을 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체포되거나 며칠이나 몇달, 심지어 몇 년을 구금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리를 나서냐, 죽을 각오가 됐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인터뷰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는 생명과 자유, 정의, 책임, 선택과 집회의 자유를 원한다. 희망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고 이를 고수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BBC는 한 인권단체 보고를 인용해 정부의 탄압에도 시위가 계속되며, 최소 20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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