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좌), 러시아 대표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우). 인스타그램 갈무리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가 러시아 대표와 같은 방을 배정받자 거세게 항의해 방을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대표 올가 바실리브는 지난 4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분노를 표했다.
올가는 “내가 테러리스트, 무법지대, 전제주의 국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장소에서 온 경쟁자와 함께 지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러시아 대표인 에카테리나 아스타셴코바와 같은 방을 써달라고 요구한 것.
올가는 “나도 평화와 사랑, 우정을 지지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 형제와 자매를 고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런 단어들을 들먹이고 싶지 않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자 에카테리나는 방 배정에 대해 “내 가족도 우크라이나 출신이다. 나는 가족 중 유일하게 러시아에서 태어났다”며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 내가 대회장에서 내는 목소리가 충분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나도 우정과 사랑, 세계의 평화를 침해하는 어떤 방식의 증오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되자 주최 측은 올가의 항의를 수용하고 즉시 방 배정을 변경했다.
방을 옮긴 이후로도 올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국기와 같은 노란색과 파란색 깃털을 가진 앵무새 사진을 공유하며 조국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대회를 준비하며 올린 운동 영상에는 우크라이나 국군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은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열린 미인 대회 우승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2013년 태국에서 처음 열렸으며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을 선발하고 평화와 비폭력의 추구 등을 주제로 한다.
저번 대회는 태국에서 열렸으며 미얀마 대표인 한 레이가 결선 무대에서 군부 쿠데타의 참상을 알려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오늘도 미얀마에서 100명 이상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미얀마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외치기 위해 거리에 나설 때 저는 이 무대에서 똑같이 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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