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
美, 외교 지침 ‘국가안보전략’ 공개
시진핑 3연임 장기집권 앞두고
“기술-군사분야 中견제 강화” 강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중국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라며 “중국과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중국은 가장 중대한 지정학 도전”이라며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경제·외교·군사·기술적 힘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고 규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무기 사용 위협에도 중국을 미국 주도 국제 질서에 도전할 유일 경쟁자로 명시해 주목된다.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규제 확대는 물론 중국의 핵 위협 등 군사 분야에서도 억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화약고로 꼽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과 함께 대만해협 안정과 평화에 협력하길 원한다”며 동맹 규합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국가안보전략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모든 외교 전략의 근간이 되는 최상위 전략지침이다. 대니얼 프리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은 “NSS의 중국 내용은 초당파적이고 공화당의 언어·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최소 3연임 장기집권을 확정할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일인 16일 향후 집권 기간의 대미 정책을 밝힌다. 중국공산당은 12일 당대회 준비 마지막 회의에서 시 주석의 3연임과 자신에 대한 권력 집중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BBC는 시 주석의 종신집권 가능성을 제기하며 “시 주석 통치의 중국이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의 ‘굴기(굴起·우뚝 일어남)’가 중국을 미국과의 충돌로 이끌고 있다”며 “5년간 대만 문제 등 군사·경제 긴장이 고조돼 미중 관계가 더욱 험악해질(acrimonious)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 관차저왕(觀察者網)은 “중국이 향후 10∼20년간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美, 안보전략에 中 55회 언급… “핵심기술 담장 높일것” 규제 확대
반도체-전기車 등 “美의 마당 안에”… “美에 반하는 건 좋은 베팅 아니야” 대만 방어-中 인권문제 대응 강화 “中 핵무기 증강 우려… 억제해야”… 러엔 ‘쇠퇴하는 즉각적 위협’ 표현
“핵심 기술은 마당 안에 있게 하고, 담장은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경쟁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활용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대해 “경쟁국을 겨냥한 맞춤형 ‘기술 수출 통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이 제시한 안보기술 정책인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 중국 55차례 언급하며 ‘유일 경쟁자’로 지목
미국은 대외전략 방침을 담은 올해 NSS에서 중국을 55차례 언급하며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당초 예정됐던 안보전략 발표를 연기했고, 최근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1순위 위협’으로 중국을 꼽은 것이다. NSS는 러시아를 ‘쇠퇴하는 즉각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한 것에 비해, 중국에 대해선 “향후 10년간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형성할 수 있는 경제, 외교, 군사, 기술적인 능력과 함께 그럴 의도를 가졌다. (미국은) 효율적인 경쟁을 통해 중국을 경쟁에서 능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은 “중국이 국제 질서를 바꾸기 위한 의도를 갖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전 세계 국가들은 다시 한 번 미국에 반해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와 무역 정책이 안보와 직결된다고 보고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3대 전략으로 △미국 내 투자 △동맹과의 제휴 △책임을 다하는 경쟁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세계화가 미국에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중국이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상하는 등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자를 능가하고 공통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핵심적인 국내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바이오 투자 이니셔티브 등을 제시했다.
○ “중국의 핵무기 증강 우려, 억제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방어와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도 밝혔다. 보고서는 ”대만이 중국의 무력 사용과 강압 정책에 맞설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들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유럽 동맹국과 협력적으로 관여하는 것을 원한다”며 한국 등 동맹국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 등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핵무기 증강에 대한 우려도 보고서에 담겼다. 백악관은 “미국은 2030년대에 2개의 주요 핵보유국(중국, 러시아)을 억제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들 국가는 현대적이고 다양하게 핵 무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2030년까지 핵탄두를 1000기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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