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 및 반체제 인사가 많은 이란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15일 화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6일 전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후 지난달 16일 의문사한 쿠르드족 여성 마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반정부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권 탄압으로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조차 치안 유지가 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 정정 불안 우려가 높다. 국제 인권단체는 수감자 신변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부터 교도소에서 총성이 울리고 수차례 폭발 소리가 들렸다. 한 목격자는 “구급차가 많이 도착했고 특수부대원도 보였다”고 전했다. 일부 재소자는 창문 밖을 향해 반정부 시위대가 쓰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구호를 외쳤다.
당국은 화재와 반정부 시위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소재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당국이 밝힌 경위를 신뢰할 수 없다. 수감자 신변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이란인권센터(CHRI) 역시 “수감자들이 살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교도소는 1972년 설립됐다. 당시 팔레비 왕조는 전제 군주제에 저항하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며 이곳에 수감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후에는 신정일치 통치와 이슬람 원리주의에 반발하는 반정부 인사, 이중 국적자, 외국인 등이 갇혔다. 개혁파 악바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 파에제 전 의원, 유명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이 등도 반체제 선동 혐의로 갇혀 있다. 간첩 혐의로 투옥됐다 최근 석방이 결정된 미국과 이란의 이중 국적 사업가 바쿠에르 나마지와 아들 시아마크 부자(父子)도 이곳에 갇혀있다. 미국은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2018년 이 교도소를 제재했다.
시위 발발 후 인터넷을 차단한 당국은 15일 “문자 서비스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곳곳에서는 14, 15일 양일간에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영국 인권단체 ‘이란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약 한 달간 이어진 시위로 233명이 숨지고 7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14일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이날 “이란은 자국민에 대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 우리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 시민과 함께하고 있다”며 시위대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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