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 이후 징집된 러시아 신병들이 제대로 된 사격 훈련과 보급품조차 받지 못한 채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찬성했던 내부 강경파들도 이 같은 졸속 투입을 비판하고 있다.
16일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징집된 지 11일 만에 우크라이나 전선 배치를 앞둔 한 러시아 신병은 “사격훈련은 딱 한 번 받았으며 탄창 세 개를 쏘아본 것이 전부”라고 NYT에 말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는 신병들이 군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행진을 지켜본 한 행인은 “신병들이 소총도 없고 군복이나 군화도 없다”며 “절반이 늙어보였고 숙취 등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였다. 구급차가 출동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다른 지역의 러시아군 훈련소 주변에는 징집된 장병의 가족들이 찾아와 울타리 너머로 군화나 베레모, 침낭, 음식 등을 전달하는 실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찬성해온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 아나스타샤 카시바로바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동원령은 결국 훈련되지 않은 남성들을 최전선으로 내던지는 꼴”이라며 “벌써부터 전사자의 관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군은 자폭 드론을 통한 공격을 늘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7일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서 2, 3차례 폭발음이 들렸으며 주택 여러 채가 파손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지난 10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자폭 드론으로 민간인 지역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명피해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가능한 빨리 더 많은 방공 체계가 보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폭 드론은 상공에서 목표물이 확인될 때까지 대기하다가 공격할 수 있으며 50kg에 달하는 폭탄을 탑재할 수 있어 ‘선회하는 폭탄’으로 불린다. 우크라이나 당국과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란에서 이 같은 자폭 드론을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다른 책임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에 ‘핵무기 사용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하고 결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의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살라미 전술(상황별로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접근)’ 같은 것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흑해 등 먼 바다에 소형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단계별 대응이 아닌 강경하고 포괄적인 대응을 한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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