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타협할 여지가 적지만 적어도 핵위기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러시아와 외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식과 역사에 무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이 최근 근원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자신의 견해를 트윗한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조만간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양보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반발이 극심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전문가와 당국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발하고 머스크가 되풀이한 핵위협을 코웃음쳤다. 그러나 핵위협으로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음을 푸틴이 납득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방은 최소한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생각이다. 이 때문에 전장에서 패배하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푸틴은 겨울을 무기로 삼아 유럽 전역에 추위와 어둠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우위에 설 때까지 푸틴의 전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처럼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가진 양측이 타협할 여지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미 국익센터(CNI) 드미트리 사임즈 연구원은 “서방은 푸틴의 핵위협을 공갈로 치부하지만 러시아가 핵무기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고갈되는 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썼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 대비한 각종 보복조치를 경고했지만 핵위협은 검증되지 않은 위협이다. 핵억제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60년전 쿠바 미사일 위기 때가 지금보다 미러간 소통이 잘됐다고 지적한다.
많은 서방 당국자들이 예전보다 러시아가 무슨 생각인지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느낌이다.
일부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은 외교가 필요하다는 언급 자체가 김을 빼는 것이라고 말한다. 푸틴을 패배시키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대화의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쟁과 외교는 항상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 미 당국자들은 사적으로 우크라이나든 러시아든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지만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다. 전쟁을 언제 어떻게 끝낼 지는 우크라이나가 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서방 국가가 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중재에 성공한 적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카타르 에미르도 전쟁 중단을 호소하면서 양국간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방 당국자들은 중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 또 중국이나 인도가 중재에 나서서 이뤄지는 푸틴과 대화에 전혀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핵위기와 관련해서는 조금이라도 온도를 낮출 수 있는 길이 있을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전 사무차장 로즈 고테묄러는 “2년 전 푸틴이 러시아가 보유한 지상발사 중거리 핵미사일을 유럽에서 철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푸틴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만났을 때 이를 아시아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무 수준에서라도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를 조심스럽게 알아보는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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