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진행자가 우크라이나인을 강간하거나 태워 죽였어야 한다는 등 전쟁 범죄를 부추기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RT 방송 진행자인 안톤 크라소프스키는 출연자인 작가 세르게이 루키야넨코와의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인을 비인간화하고 강간이나 살인 등 전쟁 범죄를 거리낌 없이 논의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루키야넨코가 1980년대 우크라이나를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상하자, 크라소프스키는 “그 아이들을 티시나 강에 익사시켰어야 했다”며 “아이들을 오두막에 밀어 넣고 불에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루키야넨코가 “비아그라와 관련한 역겨운 판타지”에 대해 언급하자 이에 크라소프스키는 “러시아군에 보급해 우크라이나 할머니를 강간해야 한다”며 “그들은 강간당하기 위해 장례 비용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비스트의 칼럼니스트인 줄리아 데이비스는 논란의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했으며, 해당 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회를 넘어섰다.
크라소프스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극우 언론인으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날 발언에 대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해당 방송 영상을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여전히 RT 방송을 금지하지 않는 국가는 이 방송을 봐야 한다”면서 “만약 당신들이 RT 방송을 허용한다면 이는 곧 당신이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마르가리타 시모냔 RT 보도국장은 “RT 측은 그의 견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서 그와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월 유엔(UN)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강간과 고문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UN은 “친척들이 범죄를 목격하도록 강요당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전쟁 범죄 피해자들의 나이대는 4세에서 82세 사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이지움에서 민간인 시신 534구 이상이 발견됐다. 이외에도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겨냥한 전쟁 범죄를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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