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서도 연락하자”…‘수제 위저보드’ 선물하고 세상 떠난 할머니

  • 뉴시스
  • 입력 2022년 10월 24일 15시 15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장례식장을 방문한 모든 사람에게 ‘수제 위저보드’를 선물했다. 밝은 웃음은 덤이었다.

미국 N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할머니에 대해 보도했다. 지난 12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텍사스의 조디 페리맨 할머니는 자신의 장례식 카드를 위저보드(Ouija board)로 만들었다. 위저보드는 영혼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오컬트 도구이다. 알파벳들이 적혀 있는 위저보드 위에 두 사람이 지시판을 쥐고 질문을 하면, 초혼된 영혼이 지시판을 가지고 위저보드 위의 알파벳을 가리켜 대답한다. 일종의 서양판 ‘분신사바’인 셈이다.

조디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카드를 펼쳤을 때, 슬픔으로 가득 찼던 식장은 일순 웃음바다가 됐다. 양손의 중지를 치켜든 조디의 사진과 함께 ‘연락해라!’라는 메모가 적힌 위저보드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조디의 손녀인 그레이시 페리맨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웃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정말 할머니다운 발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레이시는 할머니를 뛰어난 유머 감각과 따듯한 마음씨를 가진 ‘폭죽 같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레이시에 따르면 조디는 죽기 전까지 자신보다는 가족과 이웃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하는 이타적인 품성을 가지고 있었다.

암을 앓고 있던 조디는 지난 여름부터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조디의 의료진은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선택지가 큰 위험 부담을 안은 수술뿐이라고 말했다. 조디는 수술을 받지 않고 암이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장례식을 차분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조디는 지난 8월 페이스북을 통해 “내 장례식에는 모든 사람이 위저 보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나가듯 밝히기도 했다.

몇몇 조문객들은 위저 보드를 실제로 사용하려고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할머니가 남긴 지시판 끝은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할머니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위저보드를 소중히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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