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에 따라 후진타오 전 주석(80)이 강제로 퇴장당한 정황이 담긴 사진이 공개됐다.
이날 스페인 일간지 ABC는 폐막식 현장에 있었던 기자가 촬영한 사진 14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AFP통신 등이 공개했던 후 전 주석 퇴장 영상보다 앞선 시점의 상황이 담겼다. 당시 후 전 주석 왼쪽에 시 주석이, 오른쪽에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ABC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후 전 주석이 바로 앞 책상 위에 놓은 빨간색 서류 파일을 열어보려 하자 리 위원장은 후 전 주석의 팔목을 잡으며 해당 서류 파일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후 전 수석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리 위원장은 후 전 주석에게 뭔가 말을 건넸다. 후 전 주석은 굳은 표정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모습을 본 시 주석은 어딘가에 눈짓을 보냈고 당 중앙판공청 쿵사오쉰 부주임이 황급히 시 주석 옆으로 왔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시 주석이 후 전 주석을 본 뒤 쿵사오쉰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했다. 시 주석은 후 전 주석 뒤에 온 쿵사오쉰에게 무언가 지시를 했고 이어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후 전 주석 뒤로 다가왔다. 쯔유시보는 이 남성이 “시 주석의 수행원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 남성은 시 주석 쪽으로 몸을 숙여 시 주석의 지시를 받은 뒤 후 전 주석의 양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려 했다. 후 전 주석은 일어나지 않으려 저항하다가 수행원에게 이끌려 퇴장했다. 이날 상황은 저장성 리수이시 당 서기 자격으로 당대회에 참석한 후 전 주석의 아들 후하이펑(50)도 대표단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후 전 주석의 퇴장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시진핑계의 압승, 후진타오계의 몰락’으로 끝난 이번 당대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시진핑 1인 독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후진타오계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의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이 이번 당대회에서 모두 축출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전임인 후 전 주석의 퇴장을 공개 석상에서 지시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을 과시한 셈이다.
영국 BBC는 “후진타오 시대의 개혁개방이 (시진핑 시대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후진타오의 퇴장은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시 주석의 무자비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후 전 주석의 퇴장 경위에 대해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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