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영국 차기 총리로 인도계 리시 수낵 보수당 대표(42)가 확정되자 인도에서 일제히 환호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에서 독립한 지 75년 만에 인도계 영국 총리가 등장한 것이다. 인도계 이주민 부모를 둔 수낵 총리는 영국 최초 비(非)백인, 아시아계, 힌두교도 총리다.
이날 인도 언론은 일제히 수낵 총리 확정 소식을 전했다. 인도 최대 일간지 다이니크 바스카르는 “수낵 총리가 과거 인도가 받은 모욕에 복수했다”며 “(인도) 독립 과정에서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인도 지도자들은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처칠이 이끌던 ‘그’ 영국 총리는 인도계”라고 전했다. 유력 일간지 다이니크 자그란은 “수년간 인도를 지배한 국가 지휘권이 지금 인도계 총리 손 안에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방송 NDTV는 수낵 총리 확정 직후 “인도의 아들이 제국 위로 올라섰다”는 자막을 송출했다.
인도 정치권에서도 수낵 총리를 향한 축하가 이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수낵 총리는 영국과 인도를 잇는 ‘살아있는 가교(living bridge)‘라며 “영국과 글로벌 이슈를 긴밀히 협력하고 ‘로드맵 2030’도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 프리티 간디 대표는 “자신의 문화와 뿌리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자랑스러운 힌두교도의 부상을 응원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영국 소수인종 인도계의 고위직 선출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도 등장했다. 인도 재무장관을 네 차례 역임한 팔라니아판 치담바람은 트위터를 통해 “첫째로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지금은 리쉬 수낵 총리”라며 “미국과 영국 시민들은 소수인종을 정부 고위직으로 선출했다. 이는 다수주의(majoritarianism)을 앞세우는 인도와 정당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수낵 총리는 케냐에서 태어난 인도계 의사 아버지와 탄자니아 태생 인도계 약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수낵 총리는 1980년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태어났다. 수낵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이 힌두교도임을 종종 공개했다. 그는 2020년 하원 의원 서약 당시 기독교 성경이 아닌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위에 손을 얹었다. 올 8월 총리 직을 놓고 보수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는 런던 힌두교 행사에 참석해 소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Diwali·빛의 축제) 당일에 들려온 수낵 총리 확정 소식에 인도 국민이 특별한 디왈리를 맞이하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 슈퍼마켓 주인은 “영국 총리 관저에 힌두교도가 있다는 것은, 특히 디왈리 기간에 (그렇게 됐다는 것은) 놀랍고도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