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후폭풍]
독재 공포에 中주식-채권 투매… 알리바바 시총 31조원 날아가
FT “中부호들 탈출 계획 본격화”… 위안화 가치도 15년만에 최저치
사실상 1인 독재 시대를 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공포’였다. ‘시진핑 리스크’ 우려 속에 시장은 황급히 중국 관련 주식, 채권에서 발을 뺐다. ‘차이나 런(중국 회피·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 증시 급락에 이어 24일(현지 시간)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도 중국 관련 주식, 채권 투매 현상이 이어졌다. 이날 하루 동안 미 증시에 상장한 중국 5대 기업의 시가총액 523억 달러(약 75조 원)가 증발했다. 65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나스닥 골든드래건 차이나지수’는 시 주석이 처음 집권한 2013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시총 734억 달러(약 106조 원)가 날아갔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달러당 7.3위안을 넘어서며 위안화 가치가 15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제라드 디피포 전 중앙정보국(CIA) 중국 경제 분석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진핑) 리스크는 집단적 사고 등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련된다”며 “중국이 자유주의에서 더욱 멀어졌다고 본 시장의 관점은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 美 상장 5대 中기업 시가총액 75조 원 증발
중국 빅테크들은 이날 ‘검은 월요일’ 수준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주가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돼 있는 뉴욕 증시에서 12.5% 급락했다. 이날 하루 동안 증발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215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한다.
또 다른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는 장중 34%까지 폭락했다가 24.6%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를 포함한 뉴욕 증시 상장 중국 5대 기업은 하루 동안 523억 달러가 사라졌다. 나스닥 골든드래건 차이나지수도 이날 14.4% 급락했다.
중국 테크 기업이 특히 직격탄을 맞은 배경은 시 주석의 빅테크 규제 고삐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 영업’이라며 비판한 뒤 당국은 알리바바에 3조 원대 반독점 위반 과징금을 부과했다. 마윈도 7개월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번 당대회에서 리커창 총리 등 친시장파가 축출되면서 통제적 경제 정책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中 부유층들, 중국 탈출 계획 본격화”
위안화 약세에 ‘시진핑 리스크’가 겹치며 역내·역외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모두 이날 7.3위안을 넘어섰다. 역내 위안화 환율이 7.3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역외 위안화는 2010년 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저점으로 내려앉았다.
중국 주식 급락 속에 중국 부호들은 이날 하루 동안 350억 달러(약 50조 원)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최고 부호인 생수업체 농푸스프링 창업자 중산산과 텐스트의 마화텅 회장이 각각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부호들이 올해 (시진핑 집권) 10년 중 최악의 해를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시 주석 3연임에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중국 부유층들이 중국 탈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부호들이 고객인 한 변호사는 “연임 확정 뒤 여러 중국 슈퍼리치 기업가들로부터 탈출 계획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당대회 기간에는 중국인의 자산 해외 반출 문의가 늘었고 대부분 싱가포르로 반출하기를 원했다고 F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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