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일축했다. 보니 젱킨스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이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군축은 언제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자 진화에 나선 것. 하지만 미국 내에서 북한과 군축협상을 통해 핵전쟁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미국이 이스라엘, 인도처럼 사실상 북핵을 암묵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젱킨스 차관의 군축협상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미국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는 북한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대북 관여를 위한 최선의 방법에 관해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드라 벨 국무부 군축·검증·준수 담당 부차관보도 같은 날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대담에 참석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이 (대화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외교적 해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젱킨스 차관의 발언이 북한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군축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한 것.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로이터에 “(젱킨스 차관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함정에 빠졌다”며 “군축과 위험 감소(risk reduction)와 관련해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는 것에 동의하기만 하면 된다고 제안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군축 협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권리가 있느냐는 문제에서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협상을) 이동시킨다”이라며 “김 위원장이 위험 감소 문제와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보다 더 원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진화에도 미국 내에선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CNN은 29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미국에 위험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시아에서 핵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 대만의 자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CNN은 “더 나은 접근법은 북핵 프로그램을 이스라엘, 인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암묵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국장은 CNN에 “미국은 두 나라(이스라엘, 인도)와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합의했다”며 “그게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서 도달하고 싶은 지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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