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용산구에서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1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쳐 총 256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상자 기준으로 국내 최다 인명 피해를 낸 압사 사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이태원 참사가 21세기 들어 9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압사 사고”라고 보도했다.
● 부산 ‘시민위안잔치’ 67명 숨져…공연 등 사고 잇따라
과거 압사 사례를 보면 주로 대규모 관객이 몰리는 축제와 공연, 스포츠·종교 행사 등에서 끔직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태원 참사 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는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 일어난 ‘시민위안잔치’다. 행사에 온 3만여 명의 시민이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소나기를 피하려 좁은 출입구로 몰리면서 67명이 깔려 숨졌다.
명절 귀성길에서도 대형 압사 사고가 났다. 1960년 1월 26일, 설을 이틀 앞두고 서울역에서 목포행 야간 열차를 타려던 귀성객이 계단에서 한꺼번에 넘어져 31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규모 체육대회나 공연장에서 사상자가 나온 사례도 있었다. 1965년 제46회 전국체육대회 첫날인 10월 5일, 광주 광천동 종합경기장에서는 13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다쳤다. 경기장에 입장하려던 3만 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 정문 앞에서 기다리다 한꺼번에 들어가려다 난 사고다.
2005년 10월 3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도 대표적인 압사 사고로 꼽힌다. 당시 리허설을 보기 위해 5000여 명이 서로 들어가려다 앞쪽에 있던 시민들이 밀려 넘어졌다. 숨진 사람은 11명이고 부상자가 110명에 이른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압사 사고는 보통 개인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며 ”지자체, 경찰 등 관계 당국이 만전을 기해 현장 통제를 했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사우디에서 1426명 숨져…세계 최다 희생
해외에선 지난달 1일, 인도네시아 동자바주에서 발생한 축구장 사고가 가장 최근 사례다. 경기에서 홈팀이 패하자 관중이 한꺼번에 경기장으로 뛰어들었고,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출구로 몰린 관객 132명이 사람들에 밀려 숨졌다. 부상을 당한 수십 명이 아직 중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숨진 사건은 1990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발생했다. 무슬림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 기간에 메카로 가던 순례자들이 터널을 먼저 빠져나가려다가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426명이 사망했다.
2000년대 이후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압사 사고는 2005년 8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했다. 당시 시아파 종교지도자 사망 10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1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모여든 상황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있다’는 소리에 다리 위로 사람이 몰려 최소 960명이 숨졌다. 일부는 다리 아래 티그리스강으로 추락해 익사했다.
2010년 7월 독일 뒤스부르크의 ‘러브퍼레이드’ 테크노 음악 축제에서는 공연장 근처의 좁은 터널을 지나던 관객 19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에서 무대로 팬이 몰려들어 9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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