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 대선의 결선 투표가 30일 치러졌다. 2일 1차 투표에서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76)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하며 맞섰다. 여론조사에서는 12년 만의 재집권을 노리는 ‘남미 좌파의 대부’ 룰라 전 대통령이 앞섰다. 하지만 1차 투표 당시 여론조사 열세를 딛고 선전한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표는 한국 시간 31일 오전 5시까지 진행돼 이날 오전 승자가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로이터통신은 여론조사업체 ‘다탸폴라’와 ‘쿠에스트’의 공동 조사를 인용해 룰라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각 52%, 48%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다만 3일 전 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6%포인트 앞섰던 것보다는 격차가 좁혀졌다. 1차 투표 당시 룰라 전 대통령은 48.4%를 얻어 보우소나루 대통령(43.2%)을 5.2%포인트 앞섰다.
이날 룰라 전 대통령은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주의와 야만, 평화와 전쟁 사이의 선택”이라며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고 했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이 대선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에 관한 질문을 받자 “필요하다면 직접 국민으로부터 대권 이양을 받겠다”며 불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도 유세에 동참해 중남미 좌파 지도자의 연대를 과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 벨루오리존치에서 오토바이를 개조한 이동차량을 타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나스제라이스주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4년 전 대선 유세 중 괴한의 흉기 공격을 받은 곳이다. 피습 후 지지율이 더 상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브라질 여당 측은 2일 1차 투표에서도 이른바 ‘샤이 보우소나루’로 불리는 지지층이 대거 결집했다며 2차 투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두 후보는 28일 마지막 TV토론에서도 2시간 반 동안 대립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집권 전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해놓고 시행하지 않았다”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공격하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룰라 전 대통령은 “국민은 진짜 거짓말쟁이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처럼 역대급 비방전으로 점철된 이번 대선이 브라질 사회의 분열을 가속화해 둘 중 누가 집권하더라도 국정 운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이 전자투표 기기의 신뢰도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의회에 난입했던 수준의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명 정치평론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의심할 여지없이 보우소나루 측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폭력 사태의 규모가 얼마나 클지 예상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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