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고강도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향후 사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자신에 대한 정치적 호불호에 상관없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끝까지 마무리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파월 의장이 지난 2018년 2월 취임 이후 미국 정가에서 보기 드물게 광범위한 인기를 누려왔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정가의 지지를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연준은 올해 초 0%대에 머물던 기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3%대까지 끌어올렸다.
시장은 1~2일로 예정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연준이 내년에는 기준 금리를 5%대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준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대로 머물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고 한동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해왔다.
금리 인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임금 상승이 둔화됨에 따라 일상적인 미국인들의 삶이 흔들리게 되면 정치권의 비난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의원과 진보적인 경제학자들은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를 단기간에 급하게 올리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막 공급망이 회복되고 소비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전망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가계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여론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호의적이지만 실업률이 오르고 지갑 사정이 나빠지게 되면 연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이자 전 연준 연구통계국장인 데이비드 윌콕스는 “아직 고통의 최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파월과 연준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여론에 민감하게 여론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매일 오전에 4개의 신문을 읽고 직원들이 정리해준 연준 관련 뉴스를 챙겨본다.
그는 과거에 연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피벗(pivot·정책전환)에 나선 선례가 있다. 지난 2018년 금리 인상으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연준이 실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2019년에도 금리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은 입장을 바꿔 금리를 인하했다.
반면 연준 내부에서는 1980년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험 때문에 금리 인상을 섣불리 중단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아서 번즈 전 의장 시절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전에 금리 인상을 멈추면서 급격한 물가 인상이 초래된 바 있다. 결국 폴 볼커 전 의장이 금리를 20%까지 올려야했다.
파월 의장도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때까지 견디겠다는 의미로 ‘Keeping at it’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긴축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Keeping at it’은 볼커 전 의장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NYT는 “오늘날 볼커 전 의장은 연준 내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며 “번즈 전 의장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깊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연준 내부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합의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업률이 오르는 등 경제적 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일은 어려워질 것으로 NYT는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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