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의 출구조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박빙으로 승리해 3년 반의 정치적 혼란 끝에 재집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이 출구조사는 예비조사에 불과해 최종 집계가 나오는 몇 시간 뒤에는 물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4년도 못되는 동안 5번째 총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최장수 총리였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73)가 정치권에 복귀할 경우 그의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새 연정을 구성하게 된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총리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연정 구성에 실패한 이후 5월 반대 블록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면서 퇴진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를 몰아내기 결성된 ‘무지개 연정’은 출범 1년 만에 붕괴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 7월 집권 연정이 제출한 의회 해산안과 11월 1일 차기 선거안을 가결 처리했으며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야이르 라피드 전 외무장관에게 임시로 권력을 이양했다.
이스라엘 총선은 누가 승리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욤이 지난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제1야당 리쿠드당은 오는 1일 총선에서 총 의석 120석 중 3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났다. 그가 주도하는 ‘우파 블록’까지 합하면 61석으로 과반을 넘는다.
반면 또 다른 일간 마리브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네타냐후 진영과 야이르 라피드 임시 총리 등 ‘반(反) 네타냐후 연합’이 각각 60석으로 동률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방송 11, 12, 13채널의 이번 출구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측이 61석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는 해외에서 능숙한 외교관이자 연설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기민한 정치적 판단력과 정치 기술이 그를 장수 총리로 만들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네타냐후가 부패 혐의로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어 정치권 복귀가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출구조사 결과 벤그브리르의 종교 시오니즘당이 제3정당으로 부상했다. 그는 1990년에 암상당한 민족주의자 랍비의 제자로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을 공약했다.
연정이 구성될 경우 내각 요직을 차지하고 경찰을 감독하는 부서의 장관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지난 달 만해도 그는 자기 권총을 빛나게 닦은 뒤에 “예루살렘에서 투석전을 벌이는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은 무조건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의회(크네세트) 내의 아랍 정당 소속 의원들의 추방도 주장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당선될 경우 총리직을 이용해서 그가 받고 있는 부패 혐의 등에 대한 중형 선고를 피할 수 있고 감옥에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정적들은 네타냐후야 말로 이스라엘의 민주제도와 공정한 법집행의 최악의 위험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관리들은 1일 오후 8시 현재 투표 마감 2시간을 앞두고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투표율은 66.3%로 2021년 총선 때보다 5퍼센트 포인트 높았고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팔레스타인과의 화해 문제가 중요 이슈여서 투표율이 높았다.
네타냐후를 지난 해 축출한 세력의 주역이자 그의 최대 라이벌인 중도파의 야이르 라피드 총리는 “네타냐후가 재집권할 경우 이스라엘은 민족주의자와 종교 집단의 집결로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택이 있는 텔아비브에서 투표를 마친 뒤 “ 이스라엘의 국가를 위해,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누가 120석의 의회에서 61석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아직 네타냐후와 반대당 연합은 줄다리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반대당들은 이념적으로는 다양한 정당들이지만 함께 61석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 계속된 총리 퇴출과 의회 해산, 총선 실시의 연속으로 피로감을 느낀 이스라엘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국가제도에 대한 신념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린 최악의 상황이라고 예루살렘의 싱크 탱크 ‘이스라엘민주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전 의원은 말했다.
끝까지 지지자들에 기대면서 사퇴를 거부해온 네타냐후가 73세 나이로 총리직에 복귀할 경우 결국 과반이 없는 다수 정당의 연정을 구성해야한다. 결국 네타냐후의 선택지는 극우 민족주의자들이나 극단적인 유대교 종교정당과의 연정 밖에 없어 이스라엘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보통 몇 달씩 걸리는 연정 구성이 법정 기한인 3개월을 넘길 경우 이스라엘은 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텔아비브의 유권자 아비 슐러시는 “이번 만은 최종 투표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 고 AP기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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