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체제’ 완성 시진핑, 해외 우군 확보 주력…‘우크라 전쟁 종식’ 카드 꺼내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일 14시 15분


중국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모두 최측근으로 채우면서 사실상 독재 체제를 완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제는 해외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불과 1주일 사이에 베트남, 파키스탄, 탄자니아, 독일 정상 등을 잇달아 만난다. 미국과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베트남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만났다. 쫑 서기장은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정상급 지도자다.회담 후에는 환영 연회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는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지난달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거쳐 새롭게 구성된 최고지도부가 총 출동했다.

지난달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이징에서 만났다.
지난달 3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베이징에서 만났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사회주의 국가 간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자국의 실정에 맞는 현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회주의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우리의 전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어떤 세력도 우리 발전의 제도적 근간을 흔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가치 동맹’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동시에 두 나라는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문제가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트남이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을 이용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도록 중국이 먼저 손을 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쫑 서기장에 이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1일),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2일)도 중국을 찾았다. 두 나라 모두 중국의 우방으로 꼽히면서 경제적 협력 등을 강화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특히 파키스탄의 경우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결정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4개국 안보협력체 ‘쿼드’ 회원국이다. 또 중국과는 잦은 국경 분쟁으로 갈등관계에 있다. 이런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시 주석 입장에서는 파키스탄과 우호 관계가 필수적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중이다. 4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하는 첫 정상이다. 숄츠 총리는 더군다나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등 독일의 거물급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한다. 미국의 공급망 압박 속에 독일 총리의 방중은 중국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해외 우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5,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8, 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주목받고 있다. 두 회의에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다자 회의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 동안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던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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