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73)가 3년 반의 정치적 혼란 끝에 재집권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표가 80% 가까이 진행된 상황에서 그가 속한 ‘우파 블록’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3대 TV방송국의 출구조사 결과 네타냐후 전 총리와 그의 강경파 동맹인 ‘우파 블록’이 의회에서 61~62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근소한 차이로 앞서면서 집권하는 데 필요한 120석의 과반을 얻는 것으로 예측됐다.
우파 블록은 네타냐후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우파 정당 ‘리쿠드’와 극우 정당연합 ‘독실한 시오니즘’, 유대교 정당 ‘샤스’, 보수 유대 정치연합 ‘토라유대주의연합(UTJ)’을 말한다.
최종 개표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같다면 네타냐후 전 총리가 정치권에 복귀하게 되며, 그의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새 연정이 구성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오전 9시10분께 80% 가까이 개표가 진행됐다”며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네타냐후 블록은 65석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정치적으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며 4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치러진 5번째 선거다. 지난 3년 간 교착 상태에 빠진 4번의 선거는 주로 뇌물 수수, 사기,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전 총리의 직무 적합성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을 보였다. 그는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지난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 간 총리직을 수행한 뒤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총 15년 넘게 집권했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연정 구성에 실패한 뒤 5월 반대 블록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며 퇴진했다. 하지만 네타냐후를 몰아내기 위해 결성된 ‘무지개 연정’은 출범 1년 만에 붕괴됐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지난 7월 집권 연정이 제출한 의회 해산안과 11월 1일 차기 선거안을 가결 처리했으며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는 야이르 라피드 전 외무장관에게 임시로 권력을 이양했다.
AP통신은 “(네타냐후의 최종 승리 시) 반(反)아랍 발언으로 알려진 극우 동맹의 지지에 힘입어 그가 재집권할 길을 열게 된다”며 “이스라엘의 우경화가 계속되면서 팔레스타인 사이 평화에 대한 희망을 어둡게 하고, 미국 내 이스라엘 지지자와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열린다”고 분석했다.
선거를 앞두고 네타냐후 진영과 ‘반(反) 네타냐후 연합’ 사이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다. 일간 마리브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양측이 각각 60석으로 동률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출구조사는 네타냐후 진영이 소폭 진일보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수많은 부패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네타냐후에 대해 지지자들에게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비춰지고, 반대자들에게는 사기꾼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비난 받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양측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네타냐후에 반대세력이자 임시로 총리직을 맡고 있는 라피드는 출구결과가 나오기 전 연설에서 “선거 결과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마지막 (투표용지) 봉투까지 개표되기 전까지 아직 끝이 아니다”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반면 네타냐후는 예루살렘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매우 큰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도 아랍 투표소에서 폭력과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본에 따라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한다”면서도,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네타냐후 동맹국이 최종 승리를 거두면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몇 주의 협상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교착상태나 새로운 선거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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