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움직이는 군중, 전형적으로 위험” 日전문가가 본 ‘이태원 참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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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사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리스크를 파악하고 적절한 경비 체제를 갖췄어야 했다.”

니시나리 가쓰히로 도쿄대 교수
니시나리 가쓰히로 도쿄대 교수
일본의 군중 관련 전문가인 니시나리 가쓰히로(西成活裕)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55)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니시나리 교수는 사고 발생 직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현장 영상 속 군중들이 파도처럼 움직이는 게 전형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니시나리 교수는 “핼러윈 행사가 주최자가 없다고 하지만 경찰과 상인회 등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라며 경찰의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은?
―“사전 준비가 안 된 게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방문 예상 인원 파악, 동선 예측, 도로 상황 측정 및 위험도 평가를 사전에 실시한 뒤 이에 근거한 경비 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했다.”

△경찰이 어떤 조치를 해야 했나.
―“주최자가 없었다고 해도 반드시 사전에 리스크를 조사하고 대책을 실시해야 했다. 이번 사고는 리스크가 지적됐는데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검토되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아쉽다.“

△위험성을 미리 점검하지 못했다는 것인가.
―“사전에 리스크 평가를 안 하면 군중은 (통제가 안 돼)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10만 명 규모가 되면 사고가 발생하기 매우 쉽다. 한국에서는 핼러윈 행사가 주최자가 없다고 하는데, 행사에 앞서 경찰 상인회 등이 26일 회의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한 경비 태세를 갖췄어야 했다.”

△군중 사고는 어느 정도 돼야 발생하나.
―“밀도로 따지면 1㎡에 8명을 초과하면 상당히 위험해지고 10명이 넘으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는 15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400kg 가까운 힘이 사람에게 가해진다. 이 정도면 호흡을 할 수 없고 10초 이내에 의식을 잃는다.”

△작은 움직임에도 큰 압력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군중이 10명 이상 모이면 한 사람이 조금만 움직여도 접촉하는 사람을 통해 멀리 전달된다. 여러 사람이 각자 방향으로 움직이니 사방팔방에서 크고 작은 힘을 받아 흔들리게 된다.”

△일본에는 군집 사고 매뉴얼이 있나.
―2002년 효고(兵庫)현 경찰이 제작한 ‘혼잡 경비 안내서’가 유명하다. 2001년 아카시시 불꽃놀이 압사 사고를 계기로 만든 매뉴얼이다. 사고 방지에는 무엇보다 사전 위험 파악과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 준비 단계에서 80%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일에 뭔가 대책을 취하려고 하면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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