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 신발을 신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발을 보면) 그 때가 처음부터 다시 떠오를 만큼 고통스럽다.”
멕시코에서 온 교환학생 카롤리나 카노(21)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태원 핼로윈 참사 생존자인 카노는 사고 당시 잃어버렸던 흰색 나이키 운동화 한 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서울의 한 체육관에는 지난달 29일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이후 수습된 수백 개의 물품이 여전히 보관 중이다. 텔레토비 마스크부터 짝이 맞지 않은 일본 나막신, 뒤축에 긁힌 자국이 있는 하이힐, 흙투성이가 된 흰 재킷 등이 이름표가 붙여진 채 줄 맞춰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곳에는 생존자와 희생자 가족들이 현장에서 잃어버린 신발이나 옷 등을 찾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카노도 이곳에서 운동화를 찾았다. 하지만 차마 직접 가지는 못해 같은 반 친구에게 부탁했다. 그녀는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의식을 잃기 직전 누군가 홱 잡아 당겼고, 그 때 신발을 잃어버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파에 갇혀 있을 때 한 남성이 팔꿈치를 호흡기 부위에 대는 바람에 간헐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게다가 최소 30분 동안 움직이지 못 했다”며 “(그 당시 탈출을)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끔찍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신발을 찾아준 친구는 벨기에에서 온 교환학생 미키타 샤타우(21)다. 그는 카노를 포함 같은 반 친구 2명의 물건 10개를 찾으러 체육관에 방문했다.
샤타우는 WP와 인터뷰에서 “체육관에 들어가는 게 정말 무서웠다”며 “안이 너무 조용해서 조금 섬뜩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에 들어가 그저 모든 것들을 보았고, ‘세상에! (이곳에 있는 물건들이 참사로) 죽거나 여전히 크게 다친 사람들의 것이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태원에 살고 있는 샤타우는 참사 당일 밤 집을 나서려다, 오후 11시32분께 교환학생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 글은 카노와 함께 당시 이태원에서 놀던 한 친구가 올린 것이었다. 그는 “(이태원에서) 충돌되는 사고가 났고, 막 구조됐다. 이태원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샤타우는 WP에 “이 둘과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참사 현장에서) 탈출한 이들을 위해 집을 개방했다”고 말했다. 채팅방에 글을 올린 친구는 현재 생명에 지장이 있는 중상을 입고 입원 중이다.
샤타우는 당시 집 옥상에서 바라본 이태원에 대해 “얼마나 큰 소리가 났는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곳곳에서 빨간·파란색 불빛이 비췄는데,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고 묘사했다. 이어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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