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대중 수출 막아라”…‘반도체 규제 동참’ 압박나선 美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일 16시 30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일 독일 그레벤 공항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다. AP 뉴시스
중국에 대한 반도체 및 반도체 소프트웨어와 관련 인력 등의 수출을 차단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동맹인 네덜란드의 대중 수출도 제한하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유럽 주요국 지도자을 상대로 대중 투자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중국 견제 동참을 압박했다.

대중 규제를 총괄하는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차관, 타룬 차브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기술·국가안보 선임보좌관은 네덜란드 정부와 협상을 위해 이달 중 네덜란드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7일 에스테베즈 차관은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을 상대로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관련 논의를 위해 직접 해당국을 찾아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양국 협상단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는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이미 14nm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중국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더 나아가 신흥기술이 아닌 성숙기술의 판매도 금지하길 요구하고 있다. 램리서치 등 미국 3개 기업과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세계 5대 반도체 장비 업체로 꼽히는 ASML은 5500억 달러(약 780조 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산업 핵심축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상대로 대중 무역 및 투자 규제 강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은 자국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항 확대 개발 사업에 대한 중국 국영 해운사의 투자 지분을 애초 35%에서 24.9%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날 “베를린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함부르크항 투자로) 중국에 의해 통제되는 이해관계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제안했고 결국 거래가 조정됐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또 “독일에 도착한 블링컨 장관은 유럽이 중국과 같은 독재 권력이 산업을 조종할 수 없도록 유럽 지도부에 중국의 전략 산업 투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고위 관료들은 4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독일 대기업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의존성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를 야기한 것처럼 독일이 중국과 너무 가깝게 엮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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