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헤르손 결전 앞두고 주민 7만명 강제이주 돌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03시 00분


전운 고조… 일각 “철군용 인간방패”
우크라, 수도에 핵 대비 특별방공호
러, 곡물수출 협정 나흘만에 복귀

러시아가 9월 말 강제병합한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서 우크라이나와의 결전이 다가오자 이 지역 주민 7만 명을 강제 이주시키는 작업에 돌입했다. 헤르손 탈환을 노리는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에 특별방공호 425개를 마련하는 등 러시아의 핵 공격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이날 “주민 최대 7만 명이 6일부터 러시아 본토나 헤르손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이번 이주 명령이 헤르손에서 러시아군 철수가 임박했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9월 30일 강제병합한 헤르손시는 헤르손주의 주도로,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점령한 유일한 지역 수도다. 흑해, 크림반도와 연결돼 우크라이나 남부의 교두보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헤르손 탈환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자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헤르손시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1일에는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강에서 약 15km 이내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확대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러시아가 현지 주민을 ‘인간 방패’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이 이주하는 주민들 뒤에 숨어 인력과 장비를 빼내려 한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WSJ에 “러시아군은 이게 민간인 대피란 인상을 주려 한다”라며 “(병력이) 민간인에 둘러싸여 있으면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키이우에서 핵 공격에 대비해 특별방공호 425개를 준비하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키이우엔 1000여 개의 방공호가 있지만 이 가운데 지하철역 등 일반 지하시설이 많아 방사능 방어에 취약한 편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핵 공격 시 탈출 동선과 예상 공격 시기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핫라인을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곡물수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가 나흘 만에 복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복귀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안전) 보장을 어길 경우 협정을 탈퇴할 권리를 여전히 갖고 있다”며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헤르손#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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