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유래없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주요국 중 홀로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현상)에 직면해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보도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느라 중국 정부가 도시 봉쇄 등 각종 규제를 가해 국내 수요가 줄고 기업들이 가격 인하 압력을 받으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고공행진하는 물가와 달리 중국은 지난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22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9일 발표 예정인 중국 10월 PPI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6% 감소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9월에는 전년 대비 0.9% 증가했던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CPI)도 9월의 2.8%에서 2.4%로 소폭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이먼드 융은 “중국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가 매우 약하다”며 생산자 비용과,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을 추적한 결과로 지난달 노트에 “(중국) PPI가 2023년 내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썼다.
부동산 침체로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또 다른 PPI 하락 요인 중 하나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0월에 시멘트, 철근, 구리를 포함한 상품의 전년 동기 대비 가격 하락이 심화되었다.
블룸버그의 경제학자 에릭 주는 메모에서 “시멘트 가격이 9월 10% 하락한 후 30% 이상 하락하며 특히 두드러졌다”고 썼다. 이어 석유·석탄 등 업스트림 제품(기초 소재 제품) 가격은 대부분 상승폭을 좁히거나 하락폭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수요 감소로 중국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본다. 여기에 낮아지는 에너지가와 원자재가가 결합하면 디플레이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디플레이션 상황은 중국 기업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체 세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NZ의 융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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