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최측근 재벌, 美선거개입 인정… “외과수술 하듯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8일 17시 13분


예브게니 프리고진.
예브게니 프리고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재벌 사업가가 미국 선거 개입 의혹을 시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중간선거(8일)를 하루 앞두고 선거 개입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선거에 계속 개입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러시아 요식업 재벌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은 이날 자신의 요식업체 ‘콘코르트’가 온라인에 공개한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 선거에 개입했고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거 개입에 대해 “우리만의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정확하게, 외과수술을 하듯 할 것”이라며 강한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우리의 정밀한 작전 기간에 신장과 간을 한꺼번에 제거할 것”이라며 자신들의 선거 개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불리한 정보 등을 유통하고 여론을 왜곡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프리고진은 1990년대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당시 이곳 시장이던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푸틴 대통령 집권 뒤 크렘린궁의 각종 연회에 식음료 공급을 맡아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그는 러시아 군납용 음식 사업에 진출해 돈을 많이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를 대신해 세계 분쟁지역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을 전직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의 드미트리 웃킨과 함께 창설했다.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사병(私兵) 조직’, ‘푸틴의 그림자 부대’로 불린다. 웃킨이 평소 관심이 많던 히틀러가 좋아한 19세기 독일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을 딴 조직이다.

애초 푸틴 정권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던 그가 최근 자신의 바그너그룹 창립자임을 공개하고 미국 선거 개입을 인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자 러시아에서 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 CNN은 러시아 강경파가 현 군 수뇌부가 아닌 새 인물이 러시아군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고 있으며 프리고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침공 초기부터 바그너그룹을 이끌며 러시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곳곳을 누볐고 병력 보충을 위해 재소자를 상대로 신병 모집을 시도했다.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타격을 입고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자 자국 군 사령관들을 향해 “국가에서 받은 훈장을 빼앗고 맨발로 최선선에 보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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