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최연소 하원의원, 첫 레즈비언 주지사,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최초의 흑인 주지사, 100여 년 만의 원주민 출신 상원의원까지….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세대와 인종, 성 정체성 같은 ‘장벽’을 넘은 당선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AP통신을 비롯한 미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72세 노병 캘빈 윔비시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후보(25)는 미 의회 사상 첫 Z세대(1996년 이후 출생자) 의원이다. 25세는 미 연방 하원의원 출마 하한 연령이다.
그는 또 75% 이상이 백인인 연방 하원 최초의 쿠바계 의원이 됐다. 1997년 쿠바에서 태어난 프로스트 의원은 갓난아기 때 현지의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 범죄와 마약에 가까웠던 그의 생모가 건강한 환경에서 아기가 자라기를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단체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에서 조직 활동가로 일한 프로스트 의원은 주요 공약으로 국민 단일 건강보험을 뜻하는 ‘메디케어 포 올’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당선된 모라 힐리 민주당 당선인(51)은 매사추세츠 첫 여성 주지사이자 미 역사상 첫 레즈비언 주지사다. 2014년 첫 레즈비언 매사추세츠주 법무장관으로 선출된 데 이어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힐리 후보는 1992년 하버드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호주에서 2년간 프로 농구 선수로 뛰었다. 이후 로스쿨을 졸업하고 인권변호사 경력을 쌓은 그는 2007년부터 당시 첫 여성 매사추세츠 법무장관이었던 마사 코클리 밑에서 일했다. 힐리 후보는 “오늘 밤은 모든 소녀와 젊은 성소수자(LGBTQ)에게 자신이 무엇을, 누구를 꿈꾸든 다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첫 여성이자 첫 성소수자로서 당선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44)는 주 역사상 처음이자 미 역사상 세 번째 흑인 주지사가 됐다. 직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부인이 한국계 유미 호건 씨여서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이었다.
자메이카 이민자 아들인 무어 주지사는 세 살 때 부친이 숨지며 홀어머니와 지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영국 옥스퍼드대 울프슨칼리지에서 각각 학·석사를 받은 뒤 뉴욕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했다. 소설을 비롯해 저서 5권을 낸 그는 2017∼2021년 빈곤 퇴치 비영리재단 로빈후드재단 최고경영자(CEO)를 맡기도 했다. 무어 주지사는 “오늘 밤 내가 작은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역사는 앞으로 4년 동안 메릴랜드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갈 역사”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원주민 출신 마크웨인 멀린 공화당 후보가 61.8%를 득표해 당선됐다. 오클라호마에서 원주민 상원의원이 탄생한 건 1907년부터 이 주에서 상원의원을 지낸 로버트 오언 이후 100여 년 만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서머 리 민주당 후보가 주 역사상 흑인 여성 최초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베카 밸린트 민주당 후보는 버몬트주 첫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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